교계/교회

[현장탐방] 팽목항의 그리스도인

교회가 세상과 괴리됐음을 일깨워

▲세월호 참사 107일째를 맞는 31일 진도 팽목항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사진=지유석 기자

세월호 참사 107일째를 맞는 31일(목), 진도 팽목항은 적막감이 감돈다. 사고 발생 직후이던 4월 이곳은 사고 희생자·실종자 유가족들, 그리고 내외신을 망라한 언론사 취재진들과 자원 봉사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었다. 

우선 취재진들과 자원봉사 부스는 대부분 철수한 상태다. 팽목항 입구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대기소가 마련됐다. 이들은 여전히 외부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꺼내 들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대기소 입구에 근무 중인 경찰관은 정중하게 협조를 구한다. 어쩔 수 없이 사진 촬영은 포기해야 했다. 
자원봉사 부스는 대기소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부스를 운영 중인 단체는 진도군 교회연합회(진교련)가 거의 유일하다. 연합회는 부활절 직후 팽목항으로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진도군 소재 5개 교단 73개 교회 연합체인 진교련은 부활절 직후부터 지금까지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을 돕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진교련의 봉사활동이 순탄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20일(일) 전후로 부스의 계속적인 운영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재정이 여의치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예장통합을 위시한 몇몇 교단이 재정을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만은 않았다. 
진교련, 묵묵히 봉사활동 이어가 
지난 4월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진교련 목회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유가족들의 상처 입은 심령을 위로해주고 싶은데, 유가족에게 다가가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107일이 지났음에도 이런 어려움은 여전했다. 
자원봉사 활동 중인 팽목교회 김성욱 목사(성결)는 “사고로 아이를 잃은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고 부활의 소망을 전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도 섬김의 자세로 묵묵히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김 목사는 “사실 희생자, 실종자 유가족들에게 부활의 신앙마저 사치스러울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묵묵히 이들을 섬기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곳엔 진교련 소속 목회자들 외에도 젊은이들이 봉사활동을 수행하는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호남신학대 재학 중인 신학대생들이다. 이 학교 신학대학원(MDB)에 재학 중인 이 모 씨는 처음엔 한국 교회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이곳에 오기 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국 교회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자원봉사 신청을 하고 활동을 시작해 보니 교회가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곳 교회는 희생자, 실종자 유가족들을 보이지 않게 섬기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조광작, 김삼환 등 유력한 목회자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낸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 씨는 “신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들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우세하다”며 “이들은 자신의 권위만 내세우며 그럴싸한 말만 내뱉을 뿐 현장을 돌아보지는 않는다. 사람 곁에 있어야 할 교회가 동떨어져 있어 생긴 결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성욱 목사도 이와 관련 “잠언은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라고 적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불거진 목회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은 스스로 뭇매를 자초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 상처 입은 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국 교회는 세월호 참사로 상처 입은 유가족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일에 앞장섰다. 팽목항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현상이 결국 한국 교회가 사람 곁을 떠나 눈에 보이는 성공과 돈, 권력을 추구한데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귀결임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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