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28사단 윤 모 일병 사망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아들을 군내에 보냈거나 군에 입대할 아들을 둔 부모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각 군에서 종교 병과에 근무하는 병사, 이른바 군종병과 군부대 교회에서 시무하는 목회자(군목)가 병영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사태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군종 병과는 신학교 출신 입대자의 몫이다. 대대급 이하 부대에선 일반 병사 가운데 군종병을 선발하는데 70% 가량은 신학생들이 차지한다. 군목은 별도의 시험을 거쳐 선발한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병사들의 종교 생활을 돕는 일이다.
그런데 군종병들과 군목이 윤 모 일병 같이 내무반에서 고참 병사들의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피난처의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병영에 인권유린 행위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기독교적 가치를 전파하고 있을까?
군종병으로 복무한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아니오’다. 모 대대에서 군종으로 복무했다는 A씨는 “군종 병과는 군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보직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A씨는 “군목들 대부분도 내무반 안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제도가 없어 가혹행위를 뿌리 뽑지 못하는 게 아니다. 한 예로 소원수리라는 제도가 있지만 누가 발설자인지 금방 안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병영 문화 전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군종병 사이에서도 가혹행위가 자행된다는 이야기도 불거져 나왔다. 인천에서 개척교회를 담임하는 B 목사는 “군 복무 시절 해군 군종실에서 군종병으로 근무했는데, 군종끼리 가혹행위는 물론 폭행까지 자행됐다”고 했다. B 목사는 “군종병들은 그들만의 가혹행위 방법을 갖고 있었다. 선임들은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각 종교시설로 후임병들을 보내고 시간을 잰다. 후임병들은 시간 안에 그 쪽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각 종교시설 안에서 얼차려를 받는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군 내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이뤄져도 군종병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목을 찾아 상담을 해도 방법이 없다. 공연히 상담 내용을 보고했다가는 장교들마저 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고백했다.
상병 진급 이후 대대 군종으로 근무했다는 또 다른 목사인 C씨는 우선 “윤 모 일병 사건은 이 부대 지휘관의 자질문제”라고 운을 뗏다. C씨는 이어 “군종병이나 군목의 활동은 각 부대마다 천차만별이다. 특별이 군목이나 군종병이 사명감이 남달라 군 간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C씨는 “그러나 군목들 대부분은 사명감이 부족하다. 그저 시간 보내기 정도로 여기거나 복무 기간 동안 자기 학업에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아이디 ‘HongSh**’인 네티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내의 폭력사건을 접할 때면, 사건의 가해자와 이를 덮으려한 지휘관들. 그리고 ‘군종 장교’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무엇을 했나?”며 “병영 부조리 해결이 군종 장교의 주과업은 아닐지라도, 창군 이래 끊이지 않는 폭력의 현장에서 무기력하기만 한 군종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