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발을 샀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이 마침내 재협상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야 합의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물론 여론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열망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정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박 위원장을 향한 여론의 질타는 곧장 행동으로 이어졌다. 신학생들이 선봉에 섰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진모 씨 외 3명이 특별법 여야 합의 직후인 지난 8일(금)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박 위원장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한 것이다. 이들은 점거 이후 지금까지 박 위원장 사무실에 머무르며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 즉각파기, 유가족이 요구한 수사권·기소권이 반영된 특별법 채택, 박 위원장의 사과 등을 요구해왔다. 이들의 행동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주말인 9일(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새민련 당사로 발걸음을 옮겨 박 위원장과 새민련을 맹비난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10일(일) 늦은 밤, 새민련은 여야 합의 파기방침을 내비쳤고, 마침내 11일(월) 의원총회를 통해 재협상이 결정된 것이다. 박 위원장 사무실을 점거했던 신학생 가운데 한 명인 김 씨는 재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신대 신학생 김진모 씨 ⓒ베리타스 DB |
다음은 김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먼저 소감을 듣고 싶다.
김 : 구로 지역 시민단체와 집회를 마친 뒤 특별법 재협상 소식을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만약 새민련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면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 중인 광화문으로 가 그곳을 지키려 했다. 마침 13일(수)부터 교황 방한을 이유로 광화문 광장이 폐쇄된다고 했다.
- 박 위원장, 그리고 야당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 : 당직자들의 태도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난 9일(토)엔 박 위원장이 유족들에게 합의안이 최선이라고 설득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다가 어제 밤 협상안을 파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건 새민련의 출구전략으로 보였다. 처음엔 여야 합의안이 완성된 것처럼 선전했다가 여론이 악화되니까 책임을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기 때문이었다.
합의안 파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 그리고 이번에 새민련이 재협상으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해서는 환영했지만 박 위원장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려던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원래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그리고 특별법 입법 청원을 막고 있었고, 따라서 국민들은 정부·여당과 맞서야 했다. 그런데 특별법 여야 합의는 이런 흐름을 끊어버린 것이다.
김 씨는 점거 기간 동안 틈틈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10일(일) 오후 “ 믿을 국회의원 한 명도 없다. 새민련, 박영선 의원은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꼼수의 극치를 보여줬다. 국회의원은 결국 하나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훼’의원이다”며 정치권, 특히 야당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 지역구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나 지역 교회에선 이렇다 할 반응을 보였나?
김 : 박 위원장은 61.4%라는 높은 지지율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래서 지역구 주민들에게 박 위원장이 이런 일을 했다, 항의해야 한다고 계속 설득했다. 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즉각 반응했다. 이분들은 박 위원장에게 후한 점수를 준 분들이었는데, 덜컥 합의안을 가져온데 무척 격앙돼 있었다. 교단에서는 배태진 총무가 어제 오후 지지방문을 해주셨다. 민주쟁취기독교행동 정대일 집행위원장은 함께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 향후 계획은?
우선 박 위원장 사무실에 계속 머무를 것이다. 당장 박 위원장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회동이 12일(화) 있을 예정이다. 박 위원장이 또 다시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특별법 입법이 유가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나가도록 압박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입법을 위해 단식 중인 유가족과 함께 하며 그분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드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