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에 대해 반발여론이 거센 가운데 기독교계도 잇달아 특별법 합의안 파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가 지난 8월8일(금) 성명을 통해 여야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한데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도 11일(월) 성명을 내고 여야 합의의 즉각적인 파기를 촉구했다.
NCCK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오만한 새누리당과 새로운 개혁의 기치를 통해 당의 정체성을 바꾸어야 하는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 간의 정치적 합의이고, 가족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내용 없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이어 새누리당을 향해선 “집권 여당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취할 것”을, 그리고 야당인 새민련에겐 “무능한 야당의 모습을 벗어 버리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민과 끝까지 함께 하는 당으로 거듭날 것”을 각각 촉구했다.
한편 NCCK는 7일(목)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위원장에 이승열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사회봉사부 총무)를 선임하는 등 조직구성을 마쳤다.
아래는 NCCK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의 졸속 합의 즉각 파기하십시오!
“야훼여,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이 소리, 언제 들어 주시렵니까? 호소하는 이 억울한 일, 언제 풀어 주시렵니까? 어인 일로 이렇듯이 애매한 일을 당하게 하시고 이 고생살이를 못 본 체하십니까? 보이느니 약탈과 억압뿐이요, 터지느니 시비와 말다툼뿐입니다. 법은 땅에 떨어지고 정의는 끝내 무너졌습니다. 못된 자들이 착한 사람을 등쳐먹는 세상, 정의가 짓밟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박국 1:2-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의 요구가 담긴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천만인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7일 기만적인 여·야 세월호 특별법 합의과정을 바라보며 심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가족대책위와 함께 아픔을 나누고, 그들의 요구가 담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과 졸속 합의를 한 것이기에 그 충격과 분노는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본 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세월호 특별법의 합의 내용인 특별검사 추천을 야당이나 가족대책위가 갖는 것이 아닌 현행 상설특검법 절차에 따라 임명하기로 한 것과,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포기한 것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왜 이런 합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지만, 이런 중요한 합의를 하는 과정에 당의 지도부나 가족대책위가 배제되었다는 사실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이대로 합의내용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박영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은 물론, 야당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의심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건 단식투쟁까지 하고 있는 가족대책위를 두 번 죽이는 이번 합의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오만한 새누리당과 새로운 개혁의 기치를 통해 당의 정체성을 바꾸어야 하는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 간의 정치적 합의이고, 가족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내용 없는 합의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하게 가족대책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집권 여당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취하십시오. 더 이상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십시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합의에 대해 단지 박영선 원내대표의 독자적인 행동이었다는 말로 변명하려 하지 말고, 즉각 이번 합의를 파기시키십시오.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거나 분노케 하지 마십시오. 이제 무능한 야당의 모습을 벗어 버리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민과 끝까지 함께 하는 당으로 거듭나십시오. 꼭 이번 합의를 파기시키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가족대책위의 요구가 담긴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함께 싸워나가십시오. 더 이상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합의로 전락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번 합의를 전면 파기하고 재협상에 나서십시오.
이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자신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발표했던 약속들을 즉각 이행하십시오. 온 국민이 아파하고 슬퍼했던 참사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십시오. 국민들의 아픔을 감싸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입니다. 당신께서 잘 섬기겠다고 하는 국민들이 지금 곡기를 끊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한 맺힌 울부짖음에 이제 귀 기울이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 언제 누가 이런 참사를 당할지 모릅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여 주십시오. 그들의 아픔이 언제 우리의 아픔이 될지 모릅니다. 가족들이 원하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마음을 다해 동참하여 주십시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길입니다.
본 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 책임자가 처벌되고,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하루 속히 제정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그들과 함께 울며, 함께 아파하며,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2014년 8월 1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
세월호참사대책위원회
위 원 장 이 승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