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
세계역사는 강대국가들의 영고성쇠의 역사라고 하는 말은 전쟁의 성패의 역사라는 말이고 그 말은 전쟁의 상흔이 많은 역사라는 말인데 이 상흔을 치유하기위한 노력을 나라나 민족들이 꾀하여 왔다. 그런데 패전국의 상흔의 치유는 보복전으로 원수갚음으로써 치유하려 했다. 이런 식으로 침공을 번갈아가면서 상흔만 더 키워왔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그 많은 역사의 상흔이 어떻게 치유되었는지 다 알 수 없고 다만 근세사에서 우리가 경험한 상흔의 치유 방법들을 몇가지 들 수 있다. 먼저 한일관계에서 아직도 논쟁꺼리인 위안부 문제도 한 예가 된다. 우리 한국인은 상처를 입었는데 일본쪽에서는 그것을 부정하려 한다. 만일 일본정부가 위안부들에 대한 배상금을 지불한다고 하여 그 상흔이 치유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한국의 해방 후 서울에 서있던 옛 일본총독부 건물의 철거 여부 문제로 국내 여론이 엇갈린 적이 있었다. 그 건물을 철거하자는 사람들은 일제의 한국통치가 준 상흔을 지울수 있다고 생각했을것 같고 반면에 그 건물을 일제통치가 준 고통의 흔적으로 영구히 기억하여 후대를 위한 어떤 교훈으로 삼을 것을 생각 했을지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서구 여러 나라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가장 큰 상처는 독일 나치군이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아우슈비츠에 가면 그 입구 팻말에 "잊지 말자"는 말은 어떤 심각한 교훈과 경고를 후손들에게 주는 말로 들린다.
베를린 도시에는 그밖에도 유대인을 처형한 교수대와 여러가지 도구를 전시한 곳도 있다. 이런 일에 대하여도 독일인들 사이에 찬반론이 있었을 것이다. 또 베를린 도시가 거의 완패되다시피 되었으나 복구가 거의 다 되었다. 그런데 그 도시에서 가장 큰 교회당도 온전히 복구되었는데 그 교회의 높은 종탑의 한 부분에 폭격의 흔적 그대로 남겨져 있다. 그 이유를 물어 보니 "다시는 전쟁으로 이런 파괴가 없도록 하자는" 교훈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망각보다는 기억이 주는 교훈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망각이 용서를 의미할 수도 있다.
영국도 독일군의 공습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코벤트리’라는 공업도시가 크게 파괴되었다. 그런데 그 도시에 한 교회당이 완소되어 불 탄 기둥과 벽만 남아 있었는데 독일 청년들이 와서 그 바로 옆에 더 크고 아름다운 교회당을 세우고 그 불 탄 벽과 새 교회당 사이에 구름다리를 놓아 연결시켰다. 이것은 화해의 손을 잡은 두 나라의 시민들과 교인들 사이에 역사의 상흔 치유의 증거물이 되어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위시하여 아프리카와 아세아의 여러 나라들이 한때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착취를 당했지만 2차 대전 후 다 독립하여 자주국가를 세우고는 영국과 화해하여 영국 연방 국가들이 되어 친선과 협력을 하고있다. 이런 국가들은 과거역사의 상흔을 용서와 화해로 치유하였다. 그리하여 과거에 대한 기억이 문제되지 않았다.
우리 한국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의 길을 찾고 있는데 남북이 서로 가지고 있는 과거의 충돌로 받은 상처가 많지만 그것들을 치유하고 하나가 되는 최선의 길은 그 상처들을 기억하면서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길 밖에는 없다. 이것이 하나님이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역사의 상흔을 치유하는 최상의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