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회장 김영한 박사)은 8월14일(목) 광복69주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우경화하는 일본 아베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일본은 편협한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동북아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오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광복기념 성명서에 일본을 향한 권고만 제시되어 있고 광복 69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비전에 대한 권고가 생략되어 있는 점은 국가적으로 미증유의 참사의 여파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서 국민들이 비전을 상실한 상태임을 반영하는 듯하다.
권고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일본의 우경화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발로”로서 경제적, 군사적 대국화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며, 일본인들의 “애국심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되어야” 하고, “일본은 국제관계에서 도덕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본 지도자들이 먼저 편협하고 이기적인 애국심을 버리고 세계시민에 부합한 건전한 양식을 가져야 하며, “일본은 우익적 국가주의(國家主義)를 버리고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진정한 애국심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각성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성을 유도하기 위해서 “일본교회는 일본의 양심을 일깨워 동북아 평화의 길을 열어” 주는 일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는 권고가 덧붙여졌다.
아래는 성명서의 전문이다.
일본은 편협한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동북아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오라
광복절 69주년을 맞이하여 우경화하는 일본 아베 정부의 변화를 촉구한다
우리 민족이 일제 35년간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광복의 감격과 기쁨을 누린지 올해로 벌써 예순 아홉 해가 되고 있다. 근래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우경화 행보들은 일본을 둘러싼 주변국들에 깊은 우려감과 함께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불안과 긴장의 파고를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최근 일본정부의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에서 보여주듯이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부정하고 나아가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자칫 양국 관계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지경으로까지 나아가게 할 위험성마저도 보이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 나비 필라이는, 지난 8월6일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의 대변인도 5일 논평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중대한 인권위반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 이제 아베 정부는 국제 사회와 세계의 양심세력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여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보편적 정의에 입각한 평화가 현재와 미래의 한일 양국관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지역 그리고 더 나아가 온 세상에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1. 일본의 우경화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발로이다
아베 일본정부의 일련의 우경화 행태는 긍정적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현 일본 정치권의 자국(自國)에 대한 애국심에서 발원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들의 애국심의 이면에 편협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놓여 있다. 일본은 과거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기치 아래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외치며 태평양전쟁이라는 침략전쟁의 만행을 저질렀다. 현재 아베 일본정부와 정치권의 우경화 행태 또한 이런 일본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자만심과 국가주의의 바탕 위에서 과거 일본의 영광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강한 일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일본정부의 경제적, 군사적 대국화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2. 애국심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일본이 과거 주변국들에게 일본제국주의의 이름으로 행했던 끔찍한 잘못들에 대하여 주변국들이 받아들일만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피해회복을 위한 성실한 노력 없이, 더 나아가 애국심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도리어 과거 국가가 잘못한 역사적 과오마저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태도는 정당하지 않다. 일본은 현재 자신이 가진 경제력과 군사력을 주변국들에게 과시함으로써 강한 일본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잘못된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갖기보다는 먼저 과거 자신들이 행한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냉정한 도덕적 용기부터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가장 먼저 여전히 살아있는 주변국의 피해자들, 특별히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만족할만한 피해보상을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똑같은 패전국으로서 그리고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 독일은 과거 잘못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진정한 반성 그리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위한 진심어린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유럽연합이라는 지붕 아래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 발전과 성장을 위해 기여하고 있으며, 과거의 나치가 저지른 과오를 미래 세대에게 가르친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너무 다르다.
3. 일본은 국제관계에서 도덕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베 정권이 이처럼 편협하고 이기적인 애국심을 가지고 일련의 퇴행적 행위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미래 세대에게 패전국으로서의 일본보다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강한 일본을 물려주고자 하는 의도와, 한편 국제역학관계의 이해의 틀 안에서 이를 용인하는 미국의 일본우대정책의 결과로 이해된다.
지금 일본은 사실상 태평양전쟁 이후 패전국의 비참함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는 명실상부한 세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국제적으로 특별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그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적 역량과 도덕적 신뢰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단순히 힘의 논리에만 따르지 않으며 국제관계에서의 정의로운 도덕적 신뢰성이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더 강함을 인식해야만 한다. 일본이 그동안 패전국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체제와 굴레에서 벗어나 현재의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치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을 감당하는 강한 나라로 서고, 또 그렇게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일본 지도자들은 먼저 편협하고 이기적인 애국심을 버리고 세계시민에 부합한 건전한 양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4. 일본은 우익적 국가주의(國家主義)를 버리고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오늘날 지구촌의 국가는 국제관계에서 보편적인 정의가 이루어져서 세계와 세계 시민들이 다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국가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고 그럼으로써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자국과 자국민의 평화로운 삶에도 유익한 것으로 이는 도덕적 이성의 보편적 원리이기도 하다. 진정한 애국심은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한 탐욕적 애국심이 아니라 이웃 나라와 더 나아가 인류의 상생과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다. 일본은 국가주의적 애국심을 배제하고 다른 나라를 사랑의 동기로 배려하고 그럼으로써 국제관계 속에서도 보편적인 인류의 복지와 공영 상생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5. 일본교회는 일본의 양심을 일깨워 동북아 평화의 길을 열어주길 촉구한다
며칠 전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과거 퇴행적인 일본 사회를 향해 ‘여성에 대한 자유의 박탈과 존엄 유린 등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자’고 소아(小我)적 민족주의 틀을 깨트리는 용기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 이제 일본교회와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위기에 빠진 한일외교 상황, 동북아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양심의 소리를 발하여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공동체를 이루는 대열에 참가해주기를 촉구한다.
2014년 8월 14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