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종교연대(상임대표 홍현두 교무)를 비롯한 지리산권의 제 단체들과 생명평화결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불시넷 등 생명평화를 애호하는 전국단체들이 모여 <세월호 지리산천일기도 추진위원회>(이하, 천일기도추위)를 결성하고, 오는 8월 30일 오후 7시 30분 지리산 실상사에서 천일기도 첫 기도일 행사를 갖는다.
천일기도추위는 천일동안 ‘기도’와 ‘야단법석’을 통해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과 과제, 즉, 생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와 국민들에게 뿌리 깊이 박힌 무기력과 절망을 치유하고 일상을 건강하고 활발하게 꾸려가는 문제에 대한 답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천일기도추위는 이 행사를 위해 8월26일(화) 오후 1시30분 세종문화회관 <설가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인사들은 임봉재(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성염(전 로마교황청 한국대사). 도법(실상사 회주), 홍현두(교무, 지리산종교연대 상임대표), 김광철(목사, 구례 수평교회 목사), 김민해(목사,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최세현(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정웅기(불시넷 운영위원장) 등이다.
천일기도추위는 이 행사의 취지를 밝히는 문건에서 “우리는 여전히 기울어진 세월호 위에 있습니다”라면서 정부, 국회, 언론 등의 진중하지 못한 행보를 성토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우리들이 “생명의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를 망각한 채 살아왔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고 지적하고, 1,000일간의 기도의 시간들을 통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상규명이 철저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사고대응과 위기관리의 방안이 마련되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인 생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생명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원했다.
아래는 행사 취지문의 전문이다.
어머니의 눈, 어머니의 마음으로 함께 하는 천일의 약속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
■ 시간은 여전히 4월 16일, 우리는 여전히 기울어진 세월호 위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과 고통, 아픔과 분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분명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참사인데, 희생자가족들만 외롭게 이 문제를 부여잡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대통령, 우왕좌왕하는 정부, 정쟁이 더 먼저로 보이는 국회, 참사의 본질을 흐리는 선정적인 언론, 그 틈을 타고 세월호 참사가 단순침몰사고라고 몰아가는 불순한 말들… 특히 특별법을 둘러싸고 유가족의 뜻을 왜곡하고 상처를 덧나게 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100일이 넘었건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세월호 참사 문제. 너무나도 당연한 진실규명과 책임자처벌, 너무나도 당연한 재발방지대책수립을 요구하는 것인데,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일까. 누구 때문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올바로 알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내릴 방도가 없습니다.
한편, 이렇듯 고통과 절망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희생자 가족들은 청원운동을 하고, 이미 탈진상태인 몸을 이끌고 도보행진과 단식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힘겨운 과정에서도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이고 이타적인 관점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가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굳건하게 서계신 것은,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 “미래세대에게는 생명중심사회를 물려주겠다”는 간절한 염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미안합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아픔과 고통의 무게조차 버거울 희생자 가족들에게 더 큰 짐을 떠맡겼습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 지리산 어머니의 눈으로, 마음으로, 가르침으로 세상을 봅니다
돌아보면 시작부터 지리산운동의 핵심은 생명평화였습니다.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죽임의 역사를 넘어서서 살림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는 바람을 담고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지리산댐, 멀리는 이라크전쟁까지 21세기의 벽두에 벌어진 사건들은 우리를 생명과 평화에 대한 기원으로 이끌었습니다. 민족의 영산, 절망한 이들이 찾아와 희망을 찾아가는 생명의 산 지리산에서 우리는 빨치산 아들과 토벌대 아들을 둔 어머니의 간절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생명이 없는 평화도, 평화가 없는 생명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생명평화의 눈으로 보면 세상의 문제들은 생명의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를 망각한 채 살아왔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였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에 생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가 놓여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그동안 잊고 살아온 생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에 새롭게 눈을 떴습니다. 생명 자체를 위해 함께 울었던 마음, 바로 이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아픔, 세상의 아픔, 누군가의 슬픔, 세상의 슬픔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했다는 것. 바로 이 마음에 생명이 안전과 평화로운 미래를 가꾸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말하고 있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대한민국도 생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들을 회복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월호 문제가 지리산운동이 함께 풀어야 할 일이요, 지리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지리산 천일기도, 생명평화의 솟대 하나를 세우는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 구조의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이 큰 참사를 불러왔습니다. 이제 또 다시 변화의 골든타임까지 놓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리산 천일기도는 그 약속을 우리 스스로 지켜가기 위한 다짐의 솟대요,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솟대입니다. 천일기도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함께 찾아가는 야단법석도 펼칩시다.
그래서 그 기도의 시간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규명, 사고대응과 위기관리의 방안이 마련되는 1,000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얻은 교훈인 생명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1,000일, 그리하여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로 가는 1,000일이 되기를 바라면서 지리산 천일기도를 제안합니다.
2014년 8월 초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 추진위원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