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목회자의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

한목협 27차 열린대화마당 열려

▲2일 열린 한목협 27차 대화마당에서 설교 표절 문제를 주제로 정주채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은 새삼스럽지 만은 않은 문제다. 담임 목사의 상습적인 설교 표절로 인해 교회가 분열돼 몸살을 앓고 있는 사례가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설교 표절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과 함께, 표절이 가져오는 해악에 대한 논의는 빈약한 실정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이런 실정을 감안해 2일(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를 주제로 제27차 열린대화마당을 진행했다. 
전병금 한목협 명예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화마당에서는 먼저 향상교회 은퇴 목사인 정주채 목사가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다. 
정 목사는 “설교는 기록된 말씀이 설교자의 인격과 삶을 거쳐 선포되는 말씀”이며 그렇기에 “설교자 자신이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고 연구하고, 그 말씀을 삶에서 실천해 경험하고 그런 가운데 자신이 은혜 받고 그 받은 은혜를 성도들에게 흘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교 표절이 위험한 이유는 “설교자 자신에게 이런 노력도 몸부림도 없이 그 말씀이 의의 말씀임을 전혀 경험치 목하고 남이 준비한 것으로 설교하며 사역을 때우는”데 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정 목사는 “설교 표절은 설교자 자신을 영적으로 황폐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2일 열린 한목협 27차 대화마당에서 설교 표절 문제를 주제로 한진환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표절은 말로 이뤄지기 때문에 논문처럼 참고문헌을 일일이 밝히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문제는 “설교 표절의 기준은 무엇인가?”하는 의문이다. 한진환 서울서문교회 목사는 발제를 통해 “설교에서 출처를 밝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설교 표절 문제를 다룰 때는 일반 글쓰기와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가 제시한 설교 표절의 기준은 첫째 의도적인가, 두 번째 반복적인가, 세 번째 위선적인가 하는 것이다. 한 목사에 따르면 의도성이란 “설교자가 처음부터 베끼기를 하겠다고 작심하고 시작했는가 아니면 설교자가 다른 사람의 자료로부터 받은 영향을 무의식중에 표출하게 되었는가?”의 여부다. 즉 “문제가 되는 것은 처음부터 베끼기로 작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대지를 가져오든 내용을 통째로 가져오든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남의 설교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도용”이라는 말이다. 
이어 “상습적으로 남의 설교를 사용하는 경우(반복적)”, 그리고 “남의 설교를 기술적으로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것(위선적)”도 역시 표절이다. 한 목사는 끝으로 “상습적인 설교 표절은 양떼들의 목자로 세운 설교자의 영을 고사시켜 결국은 목사도 죽고 교인들도 죽게 만드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부실한 교육과 열악한 교회 현실, 설교 표절 부추겨 
설교 표절의 심각성과 함께 표절의 기준도 살펴보았다. 이제 “왜 목사들이 표절 유혹에 자유롭지 못한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찾아야 할 차례다. 마지막 발제자인 안진섭 새누리2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 설교 표절>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런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안 목사는 먼저 저작권에 대한 인식부족을 이유로 든다. 즉 “많은 목회자들이 설교 표절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자신의 설교를 작성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 표절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2일 열린 한목협 27차 대화마당에서 설교 표절 문제를 주제로 안진섭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이 대목에서 안 목사는 신학교육의 현실을 꼬집는다. 안 목사에 따르면 “각 교단 신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과정을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신학대학원들의 설교학 관련 과목은 한 두 과목에 불과한 실정”이며 “미래의 설교자가 될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설교학을 개론 수준으로만 배우고 졸업하는 셈”이라고 한다. 안 목사는 더 나아가 “대부분의 신학대학원들은 대규모 강의실에서 설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중략) 그런데 교회에서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면 곧바로 부서의 설교를 맡긴다. 결국 거의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설교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신학교의 부실교육은 교회 현실과 맞물리며 설교 표절 유혹을 증폭시킨다. 안 목사는 “많은 경우 각 교회의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들이 사무실에 앉아 설교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지 않고 주로 몸으로 뛰게 만든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쳐 담임목사가 되면 적게는 3~4회, 많게는 10여 회의 설교를 해야 한다. 준비도 되지 않은 설교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다작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 내몰리면 설교자들은 설교 표절의 유혹을 받게 된다”고 풀이했다. 
안 목사는 이 밖에도 설교에 대한 신학부재, 영성이 깊은 사람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설교자들의 욕망 역시 설교 표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안 목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 설교 의존적인 예배 방식의 변화 ▲ 신학대학원의 커리큘럼 개편 ▲ 현장 목회자들의 적극 활용 ▲ 도제식 교육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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