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일베의 반인륜성

카인에게 내려진 형벌을 기억하라

반인륜 범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얼핏 총칼로 인명을 앗아가는 행위가 떠오른다. 그러나 반인륜 범죄는 비단 이런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아픔에 무감각하고, 공동체의 책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동물적 욕구만 탐하는 행위는 살인보다 더 극악무도한 반인륜 범죄다.   
이 같은 반인륜 범죄가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그것도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버젓이 자행됐다.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지난 6일(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들이닥쳐 피자, 김밥 등의 음식을 먹은 것이다. 이들이 집단행동을 벌인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시민들이 단식 중인 곳이다. 이들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단식 농성을 폄하하고 조롱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반인륜 범죄다.    
이들의 행각은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 여성·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 혐오, 과거사 및 현대사의 악의적 왜곡 등 이들이 자행한 패륜 행위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들이 창궐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 모든 분석이 반인륜 범죄 행위를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카인의 형제살인, 그리고 형벌
구약은 반인륜 범죄에 대해 하나님께서 어떤 형벌을 내렸는지 분명히 기록한다. 성경에 기록된 인류 최초의 살인행위는 카인의 아벨 살해다. 농부 카인과 목동 아벨은 형제 사이다. 어느 날 형제는 나란히 하나님께 제물을 바친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카인의 제물은 거부하고 아벨의 제물만 반긴다. 이러자 카인은 앙심을 품는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 순간 카인의 살인의도를 직감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카인을 제지하기보다 점잖이 타이른다. 
“어찌하여 네가 화를 내느냐? 얼굴빛이 달라지는 까닭이 무엇이냐? 네가 올바른 일을 하였다면, 어찌하여 얼굴빛이 달라지느냐? 네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였으니, 죄가 너의 문에 도사리고 앉아서, 너를 지배하려고 한다.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 (창세기 4:6-7, 공동번역)     
하나님의 권면에도 카인의 살의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는 끝내 아벨을 죽이고야 만다. 이러자 하나님은 아벨의 행방을 묻는다. 그는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답한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말투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땅에서 아벨의 피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시며 거듭 추궁한다.   
하나님이 아벨의 행방을 추궁한 이유는 편애 때문이 아니다. 살인은 비단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데 그치지 않는다. 아벨 한 사람의 죽음은 그에게서 태어날 또 다른 생명의 가능성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배우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이 아이들이 자라 또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됐다. 희생자 가운데 대부분은 한창 꿈 많은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몇 년 뒤 대학에 진학하거나 바로 사회에 나와 꿈을 펼칠 아이들이었다. 또 무수한 생명을 이 땅에 가져다 줄 아이들이기도 했다. 참사 이후의 양상은 더욱 참담하다. 참사 발생 다섯 달이 지나도록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아예 세월호란 낱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하는 양상이다. 실로 이 땅에서 핏덩이들의 외침이 울릴 지경이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곡기를 끊은 이유도 핏덩이들의 외침 때문이다.   
일베 집단은 이런 외침을 노골적으로 조롱했다. 이들의 준동은 하나님께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라며 대든 카인을 방불케 한다. 카인은 “이 땅 위에서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형벌을 받았다. 일베 집단은 카인이 왜 공동체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형벌을 받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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