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9월12일(금)에 차기총무 선출을 위한 총무인선위원회(이하 인선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날에는 총무 후보군에서 1인의 총무를 실행위원회에 추천하기 위한 규칙이나 절차를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소속 9개교단의 대의원들이 모여서 협의를 진행할 것인데, 비공개 무기명비밀투표 방식의 관행을 다시 확인하는 선에서 협의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런데 임기1년의 교단장을 선출하는 과정에는 소견발표와 후보토론회 등의 공개검증 절차가 있는데 비해, 9개 교단을 대표하는 기관의 총무인데다 임기가 4년이나 되는 직책을 선출하는 과정에 공개검증의 절차가 없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총무인선위원회는 아마 성경에 나오는 제비뽑기의 정신을 원용하고 있는 듯하다. 제비뽑기란 인간의 평가와 비교형량으로 일이나 적임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하나님의 뜻을 묻는 방식이다. 물론 그 행위에는 결과대로 따르겠다는 의지도 표명되어 있다. 9개 교단을 대표하는 기관의 일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직책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적임자를 선출하려는 것은 매우 신앙적이다.
물론, 이런 정신이 전제되지 않았고 여타의 이유로 이와 같은 비공개 무기명비밀투표 방식을 선택했다면 기자의 생각이 ‘자다가 봉창 두드린’ 격이 되겠지만, 비공개 무기명비밀투표 자체가 성경의 제비뽑기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만일 NCCK 총무인선이 교단장 선출과 달리 공개검증의 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하는 이유가 총무를 인선하기 전에 사전 정지(整地)작업이 사실상 전개되기 때문이라면 제비뽑기라는 성경적 제도의 가치는 폄훼되는 상황이다.
사전 정지작업을 소위 ‘정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정치는 앞선 교단장 선거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심지어는 사회의 지탄을 받는 사태까지 초래하기도 했다. 제비뽑기의 정신을 원용하면서 이러한 정치의 요소를 묵인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인간의 의지로 바꾸려는 작위에 굴복하는 일이다.
물론, 인선위원들이 기도하면서 투표를 하기는 하겠지만 정치의 요소가 현존한 상태에서는 그 기도가 영향을 받지 않기가 어렵다. 그러면 비공개 무기명비밀투표가 추구하는 하나님의 뜻은 정치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가 인선절차에 이미 관행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총무 인선을 비공개로 추진하는데 그 핵심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제비뽑기’를 한다면 그 과정에는 이러한 정치적 요소가 삭제되어야 옳지 않은가? 그 정치적 요소를 삭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선거판의 논리라면 적어도 정치적 요소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것의 현실적인 방안은 비공개 원칙을 철회하는 것이다.
후보들에 대한 공개검증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검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임도전자는 자신의 재임기간의 공과를 석명할 기회를 얻고 새로운 도전자는 자신의 포부와 전망을 밝힐 기회를 갖게 되고 인선위원들은 보다 객관화된 정보를 갖고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 없이 기도하며 투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비공개 원칙은 그 동안 NCCK가 민주주의, 투명성, 진상규명 등의 기조를 선명하게 유지해온 입장과 모순된다.
따라서 교단장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후보자의 소견 발표, 후보자 상호간 토론, 패널로부터의 질의 및 응답 등의 과정을 도입하는 것은 총무 인선의 ‘제비뽑기’를 보다 하나님의 뜻에 맞추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인선위원회의 절차 협의 소식을 접하며 이러한 바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