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에서 NCCK 설립 90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9월12일(화)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설립 90주년 기념 <한국교회의 국제 관계, 그 역사와 변화>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선 먼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가 <동아시아론과 진보: 몇 가지 테제>를 주제로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정세를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를 “마키아벨리와 홉스의 공간”이라고 규정한다. 그 이유는 “남북한, 북일, 북미, 그리고 무엇보다 미중, 이 모든 것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구성요소이고, 대부분 정치군사적 긴장에 의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동아시아 정세분석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는 분단에, 일본은 우경화에, 중국은 ‘공산자본주의의 모순’에 발목을 잡혀 있고, 군비경쟁이라는 저 낡디 낡은 ‘국가이성’의 정언명법 앞에서 탈근대는 고사하고 근대만 유지해 준다 해도 그나마 다행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 정세를 풀어 줄 단초로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제시했다. 한편 일본 시민사회와의 끝없는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감신대 박창현 교수는 <한국교회의 세계 선교 기여: 선교적 교회론의 모델로서 한국 초기 대부흥운동>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국 교회의 선교의 본질 및 세계교회에 던져준 함의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영국 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을 소개하면서 선교를 “교회가 행한 모든 행위”라고 정의한다.
박 교수는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이 나온 배경에 대해 선교를 “교회가 성장해서 하는 것”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로, 그래서 “보내는 선교와 가는 선교,” “직접 가든지 보내든지” 라는 의미로 왜곡한데 따른 반성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선교적 교회론에 비추어 볼 때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인 선교를 처음부터 중요한 현상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한국 개신교가 처음 공식적으로 출발한 1885년 이후 줄곧 한국 개신교회는 선교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특별히 1903-1907년으로 이어진 대각성 부흥운동은 곧바로 전도운동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한국 교회의 위기, 해법은 없는가?
그러나 현재 한국 교회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박 교수는 “교인의 수가 80년대 후반기부터 정체를 나타내더니 이제 그 정도를 지나 감소 추세로 장기화,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런 현상의 근본원인을 교회가 그 본질인 선교에서 이탈한 데서 찾았다.
박 교수는 “세상을 향하여 나가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땅 끝까지 나가서 선교하라는 선교명령을 알고도 우리는 교회 안에서만 머물며, 우리들만을 위한 빛으로, 그리고 교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들만의 축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라며 교회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얼마 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례를 들어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의 모범을 통한 하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윤희 YMCA 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은 란 주제의 발제를 통해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과제를 끄집어냈다. 이 국장은 우선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은 방향을 잃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에큐메니컬 운동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있는가?”는 질문을 연거푸 던졌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한국 기독교의 존재의미를 묻는 근본 질문이기도 했다.
이 국장은 한국 교회 회복의 열쇠를 에큐메니컬 운동에서 찾았다. 이 국장에 따르면 에큐메니컬 운동의 본질은 “세상과의 일치, 온 만물 우주와의 상생을 말한다. 또한 지금의 세계가 제기하는 지구 시민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한 기본 태도이자 정신이며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세상의 질문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응답”이다.
이 국장은 그러면서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은 하나님의 통치 질서를 만드는 생명과 정의, 평화의 도구이어야 한다”라면서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 공헌하는 것은 이 질서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제국의 선교가 아닌 약자의 평화,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