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어령 박사, “니체의 신은 죽었는가?”

▲이어령 박사가 18일(목)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에서 ‘인문학으로 찾는 신(1): 니체, 신은 죽었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제공= 양화진 문화원

양화진문화원(원장 박흥식 교수)은 9월18일(목) 오후 서울 합정동 소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선교기념관에서 <양화진 목요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이어령 박사가 “인문학으로 찾는 신(1): 니체, 신은 죽었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박사는 우선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발언이 오역이며 ‘신은 죽어있다’(Gott is tot)라고 표현해야 옳은 번역이라고 강조했다. 과거형으로 번역을 하면 신은 현재 인간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데 현재형으로 번역하면 ‘신이 죽고 있거나 신이 죽는’ 현재진행중인 현상을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따라서 니체의 발언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더 이상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명할 수 없을 정도로 패역한 세태에 대한 비판을 의도한 것이다.  
이 박사는 니체의 발언이 당시까지 유전되어 온 모든 형이상학에 대한 부정과 이로 인해 유도되는 허무주의를 지시한다고 설명했다. 형이상학은 관념과 전통으로 절대 진리를 가장하지만 결국 ‘핏덩어리’ 실존의 진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거짓의 세계 속에 살게 만든다. 따라서 하나님을 관념으로만 이해하는 삶의 거짓됨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에게 신은 죽은 것이나 진배없다. 신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남는 것은 허무주의뿐이다.  
▲이어령 박사가 18일(목)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에서 ‘인문학으로 찾는 신(1): 니체, 신은 죽었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제공= 양화진 문화원

니체가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기한 ‘초인’은 예수가 모델이다. 예수가 ‘계명을 완전하게 하려고 왔다’고 하신 말씀이 곧 그가 계명을 실천하며 하나님의 계명을 현실의 삶 속에 살아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 박사는 “허무의 벌판에 서서 초인은 운명을 짊어지고 처음엔 낙타처럼, 다음엔 사자처럼, 그리고는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시작을 통해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나간다”고 설명했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예수처럼 살아있는 매 순간 최상의 선택을 하면서 초인으로서 형성되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가 비판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사도 바울 이후 제도화되고 도덕화된 기독교”라고 이 박사는 덧붙였다. 니체의 비판은 이처럼 하나님을 관념화하고 현실로부터 죽어버린 존재로 만들게 된 종교제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박사는 니체가 “예수님을 자신이 꿈꾸는 초인의 모델이자 죽음과 허위와 가장 용감하게 싸웠던 분이라 생각했다”고 평가하면서 예수가 복음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매 순간 실존으로서 진실하게 살고자 한 모습에서 그의 초인의 속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 박사는 “허무주의 때문에 좌절하기 전에 크리스천으로서 초인이 되는 길을 추구하며,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삶을 모델로 삼고, 또한 니체도 구현하지 못했던 부활의 증거를 삶 속에서 실행하며,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그래서 니체를 반기독교사상가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종교제도의 거짓된 관념에 사로잡혀 패역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교회의 상황 때문에 허무주의의 늪에 빠지지 말고 진실한 신앙의 길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를 모색할 방법을 알려준 사상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이 강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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