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살림교회 최형묵 담임목사 ⓒ베리타스 DB |
최 목사는 서두에서 한국사회가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왔다고 평가하지만 사실상 “입법, 사법, 행정 모든 분야에서 구체제의 영향력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이와 결탁한 대기업의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전제했다. 그래서 “기업사회라 불릴 만큼 사회 전반에 대한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된 조건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개인의 주체성을 전제로 공동의 운명을 결정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그는 이처럼 시장권력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는 “불행하게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보기에 그 이유는 그간 일인에게 집중되었던 권력이 민주화의 시대를 거치면서 분산되기는 했지만 그 권력은 또 다른 “하나의 강고한 체제로서 자신을 재구축하였고, 바로 그 체제는 사실상 시장권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생존하기에 급급할 뿐 공동운명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권력이동이 사실상 기존의 지배체제 내에서만 이루어진 상황에서 교회 내의 권력 이동도 그러한 사회의 조류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민주화, IMF 구제금융 위기, 신자유주의적 사조 등이 사회의 기조를 구성하고 있는 동안 교회에서도 “목회자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에 의존하기보다는 교회 내의 [또 다른] 유력한 세력의 관리체제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최 목사는 그러한 권력이동이 ‘목사에게서 장로에게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권력의 분점을 전제로 하는 상호 견제와 조화가 바람직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기 때문에 교회도 그러한 영향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는 장로들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강화시켜주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목사에서 장로로 권력이동을 수반한 권력분점 현상은 목사와 장로가 선점하고 있는 교회의 대의구조 내에서의 이동일 뿐이어서 교회 전반의 민주적 구조변화를 동반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장로들이 대체로 “소자산가층”에 속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조(自助)적인 세계관이 개인의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와 그것의 신학적 변형인 번영신학의 성향을 닮아 있어서 “사실상 장로의 힘의 우위로 귀결된” 현상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최 목사는 교회 내 권력이동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교회를 신학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서 교회는 근본적으로 상식적인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원리, [즉] 새 하늘과 새 땅을 지향하는 그리스도인, 곧 기존의 질서에 의해 인정되는 주체로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공동체적 주체로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교회는 “현실의 문제를 뛰어넘는 대안을 지향함으로써 그 존재의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서 최 목사는 교회가 보다 철저하게 민주적인 구조를 지향할 것을 제안하며 “목사와 장로에게 그 운영이 맡겨지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과 함께 정당한 역할이 부여되는 교회의 구조를 갖출 수 있다면, 교회는 사회적 병폐를 온존시키고 강화시키는 온상이 아니라 사회적 병폐를 넘어서는 대안적 공동체의 모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교회를 뒷받침하는 가치관 역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교회가 개인적 능력과 업적을 중시하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형용모순일 뿐[이므로] 교회 스스로가 개인의 능력과 업적을 중시하는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의 현실을 직시할 뿐 아니라 사회적 연대성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을 때” 교회는 사회현실에 대한 대안의 공동체로서 그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