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인, “침몰한 정의 회복될 때까지 기도할 것”

김홍술·방인성 목사 단식 풀어....청와대에 성명서 전달하기도

민주쟁취기독교행동,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 예수살기, 촛불교회, 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 등 기독교 시민단체는 5일(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40일 단식 해단 및 안전 사회를 촉구하는 기독인 연합 예배’(이하 연합 예배)를 봉헌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장기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는 이날 밤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다 6일(월) 오전 단식을 풀었다.   
5일(일)로 단식 40일째를 맞은 방 목사는 “과거의 역사의 잔재도 청산해야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돈의 힘”이라면서 “맘몬의 힘, 돈의 힘이 너무 교활하고 교묘해서 사람을 이렇게 망가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맘몬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낮아지는 것이다. 모두가 내려가는 것이다. (중략) 예전에 운동했던 방법, 예전에 투쟁했던 방법 다 내려놓고 주님이 하셨던 방법으로, 순교 신앙으로, 정치권 의지할 것도 없고, 어떤 유명 인사를 의지할 것도 없고, 우리 모두가, 우리 국민이, 우리 민중이 일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방 목사는 끝으로 “우리 세월호 침몰 사건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가 침몰해 간다는 것을 말씀하고 있다. 우리 함께 주님이 가신 길을 걸어가자”고 외쳤다.   
한편 이날 연합예배에서는 참가자 일동 명의로 성명이 채택됐다.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유가족의 뜻을 이은 김홍술, 방인성 두 목사의 단식이 10월5일로 40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지거나 해결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40일 단식은 오늘 이 자리에서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 우는 자들의 눈물이 그치는 날까지, 침몰한 정의가 세상을 다스리는 날까지 우리는 모이고, 외치고, 기도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예배 후 기독인 대표 15인은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행렬을 저지했고, 끝내 박득훈 목사와 조헌정 목사만 청와대 행이 허용됐다.    
아래는 연합예배에서 채택된 성명서 전문이다.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 규명을 촉구합니다” 
2014년 4월 16일 고난주간 수요일에 만난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대로 이끌었습니다. 부모 잃은 자식들과 자식 잃은 부모들의 슬프고 슬픈 사연이 한국사회를 휘감았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참사의 목격자로서 전후좌우로 빈틈없이 작동한 자본의 논리와 무정한 권력 앞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이제 여섯 달이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우리는 참사로부터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채 한국사회의 총체적 무기력과 무능력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국가와, 늘 비상사태라며 사회를 윽박지르던 이들은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이 모든 사회적 절망의 책임을 전가하는 가운데 46일에 걸친 유가족 김영오 씨의 단식이 우리의 양심과 책임감을 일깨웠습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불의를 행하고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이 참혹한 시대를 기억하며 참사 후부터 현재까지 광화문과 청운동에서 예배하고, 광장에서 단식하고, 일인 시위하며 정의와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족의 뜻을 이은 김홍술, 방인성 두 목사의 단식이 10월 5일로 40일을 맞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지거나 해결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40일 단식은 오늘 이 자리에서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시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우는 자들의 눈물이 그치는 날까지, 침몰한 정의가 세상을 다스리는 날까지 우리는 모이고, 외치고, 기도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모든 진실이 온전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다음과 같이 엄중히 촉구합니다.   
1. 여야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여야 누구도 유가족들의 의견과 동의를 무겁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특별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자신들이 대변해야 할 시민들과 유리된 채 자신들만의 정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을 떠나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할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최우선으로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2. 정부에 촉구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전과 후로 똑똑히 드러난 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잊지 않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정권에 미래는 없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은폐하지 마십시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앞에 드러낸 적나라한 모습은 하늘이 보았고, 땅이 알았고, 바다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직 진실을 말하고, 정직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마시고, 특별법에 따른 조사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안전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치에 즉각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3. 언론과 한국사회에 촉구합니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세월호 특별법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 우리와 다음 세대를 보호하자는 공익적 사안이며, 유가족들은 한국사회를 대표해서 이를 떠안게 된 공적 대리인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언론보도와 집단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합니다.  
4. 한국교회에 촉구합니다. 세월호에서 살아오지 못한 이들과 살아 돌아온 모든 이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한국교회가 감싸 안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 바랍니다. 이들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거나, 고립시키는 언행에 반대하고,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세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하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이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풀고, 정의로운 책임 규명을 목도하고, 서러운 눈물을 씻을 때까지 이들과 결연히 함께하기를 촉구합니다.   
2014년 10월 5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40일 단식 해단 및 안전사회를 촉구하는 기독인 연합 예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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