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성서적 전통, 배타주의와 거리 둬”

그레고리 스털링 예일대 신학대학원장 주제 강연

▲예일대 신학대학원장 그레그 스털링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제43차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가 10월31일(금) 충남 온양 관광호텔에서 개막한 가운데, 그레고리 스털링(Gregory E. Sterling) 예일대 신학대학원장이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서의 종교(Religion as a bridge Rather than wall)”란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진행했다.  
스털링 학장은 먼저 배타적 종교가 초래하는 갈등상황과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을 내린다.  
스털링 학장은 “오늘날 우리는 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케냐, 버마, 나이지리아, 그리고 예멘에서의 인종적, 종교적 충돌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우를 보면 무장한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나 종파가 용인될 수 있는 유일한 종교라고 하는 배타적인 견해를 가지고 이러한 배타적인 종교적인 견해를 종교적인 의제와 연결하고 있다. 이 결과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스털링 학장에 따르면, 기독교 역시 이런 갈등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즉 “너무 많은 경우에 기독교인들은 그 폭력에 참가자가 되어 왔다. 종교가 용인하는 폭력은 이슬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략)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기독교를 평화의 화신이라고 확신 있게 제시할 수 없다. 우리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있기 때문”이어서다.   
신앙 전통을 지키려면 배타적이어야 하는가?   
스털링 학장은 사도행전 17장에 기록된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를 통해 “하나의 종교 전통을 믿는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에 충실하기 위해 배타적인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제시한다. 사도행전을 들고 나온 이유는 “두 개의 경쟁하는 철학 유파(스토아와 에피쿠로스)와 철학적인 교류를 하는 바울의 모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학회 학회원들이 그레그 스털링 예일대 신학대학원장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무엇보다 스털링 학장은 아레오바고 설교가 수 세기 동안 기독교가 고수했던 배타주의, 즉 “하나의 특정 전통만이 진리이며, 구원을 향한 단 한 길을 구성한다”는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레오바고 설교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그리스 철학의 타당성을 인정하도록 주장하고” 있어서다. 
스털링 학장은 바울의 설교가 배타주의보다 포용주의에 훨씬 더 가깝다고 지적한다. 포용주의란 “하나의 전통이 규범적이거나 최종적인 진리를 제시하지만, 다른 전통들도 그 진리의 어떤 측면들을 반영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울 설교가 포용주의에 가까운 이유는 “하나님을 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그리스 철학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스털링 학장은 그러나 다원주의와는 다소 거리를 둔다. 다원주의는 “세상의 종교들은 동일한 궁극적 실재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지만 상대적인 가치판단을 제거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포용주의가 다원주의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스털링 학장은 “[서로] 다른 전통들이 궁극적 실체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하지만, 어떤 전통이 다른 전통들보다 [궁극적 실체에 대해] 더 잘 제시할 수 있다”며 가치판단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털링 학장은 결론을 통해 성서 본문이 반드시 배타주의적 전통에 속하는 것은 아님을 제시한다. 그는 “모든 주요한 전통들은 배타주의를 넘어서 포용주의적이거나 다원주의적인 범주로 향해 가는 관점을 지지하는 본문이나 근거들을 가지고 있다”고 적는다. 그는 끝으로 “다른 종교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그리스도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을 공언하도록 허용해 주는 하나의 기독교적 이해를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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