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성대 이세형 교수가 23일 늦은 오후 열린 기독교사상학교에서 화이트헤드의 과정신학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20세기의 데카르트라 불릴 정도로 체계적인 철학을 구축하기도 한 그를 조명하고자 23일 늦은 오후 서울 명동 교회다움에서 열린 기독교사상학교 7번째 강좌에서 참석자들은 조용히 강의자에 귀를 기울였다.
협성대 이세형 교수는 화이트헤드를 21세기 동·서 철학사상의 대화, 융합의 상황에 대응하는 하나의 유효한 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상가라고 칭했다.
그가 당시 시대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 객체들간의 공존을 가능케 한 것은 세계의 궁극적 요소요, 직접적 경험의 내용을 사건 또는 사건적 계기라고 보는 ‘현실적 존재’의 발견에서였다.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현실적 존재’는 경험의 직접적 주체가 되지만, 과거는 원인으로서 혹은 기억의 형태로, 미래는 예상이라는 형태로 각각 현재 속에 내재한다. 이 경우 현재는 단지 과거와 미래가 구획되는 어떤 추상적인 점이 아니고 혹은 오는 그 즉시 사라지는 일순간이 아니라 일정한 폭을 지닌 살아있는 시간이다.
우주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 화이트헤드는 전지전능의 하나님이 아닌, 유기체적인 세상 한 가운데 현실적 존재로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고, 눈물짓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된다.
이세형 교수는 “화이트헤드를 비롯한 과정신학자들은 전능하신 하나님이 아닌, 우리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우리를 끊임없이 선으로 인도하시고 설득하시는 하나님에게 예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몸과 정신, 몸과 영, 남자와 여자 등 모든 것들의 주체성을 인정하려는 화이트헤드의 양극적 구조는 후기 여성신학자들 그리고 생태신학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누구는 주체, 누구는 객체라는 이원론을 극복한 그는 “모두가 주체”라며 주체들 간 상호작용으로 우주라는 유기체적 구조가 형성됐다고 봤다.
화이트헤드의 이런 양극적 구조는 또 종교 간에 배타성을 극복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종교 간에도 주체적인 나와 너란 인식을 심어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세형 교수는 끝으로 화이트헤드가 지닌 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강의를 마쳤다. “신은 양극적 구조를 갖는다. 신은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설득적 존재이다. 신정론과 관련해서 신은 전능하지 않으며 선하신 신으로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이다. 신이 행사하는 힘은 무력적 힘이 아니고 사랑의 힘이다. 신은 세계를 끊임없이 경험하며 세계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는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