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금)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에서 <세월호 참사와 지구적 위기에 대한 생태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2014 기독교 환경운동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위기사회 담론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전현식)는 11월14일(금)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에서 <세월호 참사와 지구적 위기에 대한 생태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2014 기독교 환경운동 정책세미나’(이하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정책세미나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국한되지 않고 기후 붕괴 등 전 지구적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시도됐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행사장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조형물 <좌종, 종이배 416개>가 설치된 한편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을 초청해 그간의 경과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유 대변인은 “참사 이후 이제까지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사태 수습은 모두 유가족들이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내 아이가 죽어서가 아니다. 참사 이후 7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나빠지면 나빠졌지 바뀐 게 아무 것도 없어서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 합의에 따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질 것임을 언급하면서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마음으로 응원하겠다는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절감했다. 유족들은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섰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려면 국민들의 더 직접적인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유가족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야 합의에 따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질 것임을 언급하면서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마음으로 응원하겠다는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절감했다. 유족들은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섰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려면 국민들의 더 직접적인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유가족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유 대변인의 증언에 이어 본격적인 세미나가 진행됐다. 박일준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종교의 시선으로 조망하는 세월호 사건 – 상징계적 신의 죽음과 실재계적 하나님의 부활”을 주제로 주제 발표에 나섰다. 박 교수는 “지난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이 같은 무기력감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물론 “신학의 무기력, 더 나아가 신앙의 무기력”이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상징계 하나님, 세월호와 함께 침몰
▲11월14일(금)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에서 <세월호 참사와 지구적 위기에 대한 생태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2014 기독교 환경운동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박 교수는 이런 무기력감의 원인에 대해 ‘상징계적 하나님의 죽음’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그는 “세월호 사건은 어쩌면 우리 신앙인들에게 ‘하나님의 죽음,’ 그리고 ‘하나님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경험하도록 해준 사건일 듯하다”고 말했다. 그가 하나님의 죽음을 화두로 꺼낸 이유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간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일 구조된 사람들 이외에 더 이상 구조된 생존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하나님’이라는 개념이 왜곡됐음을 지적한다. 즉 “지금 한국교회가 설파하는 상징계 안에서 하나님은 적어도 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를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게 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혹은 아니셔야만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설파하는 하나님, 그리고 성도들이 믿는 하나님은 “실은 우리 자본주의 세계의 상징계적 구조 속에서 대타자로 기능해 왔었다. 그리고 그 상징계의 신으로서 하나님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배 속에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박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우리는 본회퍼의 말처럼 ‘하나님 없이,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곧 우리의 상징계 속에서 욕망의 환상대상을 쫓으며 구조화된 기존 자아의 구조를 벗어나, 이제 실재의 사막으로 나아가 고독하고 가난하고 외롭지만 실재의 세계 속에서 실재와 더불어 실재의 신, 즉 실재의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고 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우리의 기복신앙적 상징계의 대타자가 자본주의적 질서 속에서 구축한 환상의 구조를 도착적으로 전복하고, 이 땅에서 무기력하고 힘없고 나약한 이들의 눈물과 연대하며, 그 약함을 부둥켜안고 슬피 우는 냉엄한 실재 속에 신앙의 주체를 다시 세워나가는 신앙”이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우리들에게 정녕 필요한 신앙”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