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금) 기사련과 목정평이 한기총의 애기봉 기도회 및 대체 등탑 건립 움직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국기독교평화연구소 고문인 문대골 목사가 인사말을 전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가 11월14일(금) 오후 경기도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사련)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는 이날 오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기총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승렬 목사(목정평 상임대표)는 “애기봉 등탑은 심리전 도구”라면서 “한기총이 성탄절 트리를 심리전 도구로 쓴 것에 찬성하고 대체 등탑을 세우겠다는 행태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적그리스도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정현 목사(기사련 상임대표)도 “북녘에도 신앙생활을 하는 형제들이 있지 않은가? 애기봉 등탑을 켜서 북한을 자극할 때 북쪽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진실한 교회라면 북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기총은 정치적 앞잡이가 돼 복음 전도의 길을 막는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11월14일(금) 기사련과 목정평이 한기총의 애기봉 기도회 및 대체 등탑 건립 움직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목정평 상임대표 박승렬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애기봉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담임목사는 “지역주민들은 애기봉 등탑 점등할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기총의 이번 기도회가 얼마나 부끄러운 발걸음인지 생각해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사련과 목정평은 회견 뒤 성명과 함께 애기봉 대체 등탑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을 지지하는 행인과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으나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래는 기사련과 목정평이 발표한 성명의 전문이다.
한기총은 종교를 이용한 대북선전 등탑인 애기봉 등탑 재건 시도를 중단하라
우리는 지난 15일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했다. 분단된 이 나라 이 민족의 갈등과 평화파괴의 상징인 애기봉 등탑이 철거된 것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애기봉 등탑이 다시 켜지던 순간부터 반대운동을 하며 평화를 외쳐온 우리 한국교회와 지역주민에게는 하나님의 기적의 응답이었다. 최근에는 대북 삐라 살포로 인한 고사총 사격이 있던 긴장되던 시점이기에 우리는 애기봉 등탑의 철거는 지역주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징적인 조치였던 것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애기봉 등탑의 철거에 대해 감정 섞인 비판을 내놓았고 마치 애기봉 등탑 철거가 군 사령관의 독단적인 행동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전체 한민족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대북심리전의 상징물이 되어 있는 등탑이 어찌 현지 사령관의 개별적 결정으로 철거될 수 있다는 말인가? 총알 하나도 다 통제되어 사격하는 최고 긴장지역에서 일거수일투족이 통제되는데 일개 사령관의 결정으로 철거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박근혜와 청와대는 대북 강경보수세력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 승인한 이 일에 대해 너스레를 떨면서 한 사령관의 독단적 행동으로 몰아가고 이제는 한국교회를 동원해 이를 재건한다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애기봉 등탑은 본질적으로 성탄트리가 아니다. 애기봉 등탑을 그 무슨 성탄절 트리라고 강변하고 있는 한기총은 사실관계조차 왜곡하여 순진한 성도와 한국교회를 기만하고 있다. 본래 애기봉 등탑은 처음부터 국방부가 종교를 이용해 대북심리전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1954년에는 나무로 트리를 만들었다고 했으나 이는 어느 부대건 다 하는 일이다. 박정희가 1966년 그곳을 애기봉이라 명명하고 1971년 철탑을 세운 후, 처음에는 부처님 오신날에 연등을 켜고 성탄절에는 트리로 변신하는 등탑이었다. 즉 국방부가 종교를 이용해 대북심리전의 도구로 활용해 온 것이 바로 애기봉 등탑인 것이다. 하지만 불교 조계종에서 국민적 부담감 때문에 등탑 점화를 포기한 이후에는 국방부가 호전적인 보수 기독교세력을 내세워 대북심리전에 이용하던 것이 애기봉 등탑의 본질인 것이다. 그러므로 애기봉 등탑은 평화의 성탄과는 그 어떤 연관도 없는 대북갈등, 전쟁 참화를 이끌어 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반복음적, 평화파괴의 등탑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한기총이 다시 세우려고 한다니 한기총은 기독교의 탈을 쓴 호전집단이요, 민족갈등 유발집단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미 장로교 합동 측과 통합 측 등 한국교회 주요교단이 줄줄이 탈퇴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상실한 분파집단에 불과한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은 교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전쟁참화를 불러오고 지역주민의 생명과 생활에 위협을 주는 애기봉 등탑의 재건을 추진한다니 이는 애기봉 재건이 아닌 한기총 재건과 체면 회복을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한기총은 성탄트리가 아닌 대북심리전의 수단에 불과한 애기봉 등탑의 재건으로 자기의 체면을 회복하려는 꼼수를 즉각 중단하고 한국교회가 국방부에 이용당하는 수치스런 모습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 한기총은 주민생명과 민족평화를 위협하는 애기봉 등탑 복구를 중단하라.
- 한기총은 국방부의 대북심리전 도구인 애기봉 등탑을 성탄트리로 만드는 왜곡을 중단하라.
- 한기총은 한국교회대표가 아니다. 애기봉 등탑 이용해 자기 체면을 회복하려는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