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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겉 표지. |
"하나님께선 두 권의 책을 쓰셨습니다. 신약과 구약이 아니라 성경이란 책 하나 자연이란 책 하나를 말입니다. 하나님이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하시고 자연에서 우리를 만나주시는데 사람들은 자연을 읽고 듣는 법을 잃어 버렸습니다."- 최병성 목사, 인터뷰 중에서
구약성서 창세기 기자는 하나님께서 천지만물을 지으실 때 당신의 숨결을 불어 넣으셨다고 기록한다. 우리 인간 역시 하나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지으시고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마무리 하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 돌 하나, 흙 한 줌, 풀 한 포기 모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목회자이기 이전에 생명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최병성 목사의 책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은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큰 강점이라면 바로 사진과 구성이다. 표지 사진부터 벌써 예사롭지 않다. 맑고 영롱한 이슬 맺힌 사진은 책 전체의 주제를 암시해준다. 본문에 수록된 사진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또 사진을 전면에 깔고 그 안에 텍스트를 배치한 편집도 돋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구성 역시 책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그러나 수록된 사진을 단지 텍스트의 보조적인 역할이나 눈요기를 위한 소재로 읽어 들이면 안 된다. 이런 독법은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하나님의 숨결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흙 한 줌 같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에 살아 숨 쉰다. 관건은 그것들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일이다. 이 책의 주된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 즉 물신주의와 개발 지상주의에 눈과 귀가 멀어 하나님의 음성을 놓치지 말라는 권면이고 호소인 것이다.
"하나님의 속삭임이 듣고 싶을 때면 고요히 하나님의 편지인 푸른 하늘과 나무와 꽃을 한 번 바라보세요. '바라봄'이란 사물을 막연히 바라봄이 아니라 보는 행위를 통하여 자연이 들려주는 하나님의 속삭임을 내 영혼의 귀로 듣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믿음을 통해 바라본다면 작고 사소한 것에서조차 사랑 듬뿍 담긴 하나님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 232쪽
멈춰야 하나님 음성 들을 수 있어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이런 소중함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 현대 사회가 구성원에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아서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경쟁 논리가 팽배해 경쟁에 낙오라도 할까 하루라도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기분마저 든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생명존중이나 자연 사랑마저 경제개발이라는 명분에 밀려 구시대의 낡은 개념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개발로 위장한 생명파괴 행위에 경종을 울려야 할 교회마저 공공연히 세상의 개발논리를 설파한다. 강남의 대형교회를 담임하던 한 목회자가 지난 정권의 망국적인 4대강 사업을 ‘문명 소통’ 운운하며 칭찬을 늘어놓은 일은 생명경외 정신을 잃은 교회의 한 단면이다.
이 책 본문에서도 간간히 자연파괴 행위에 대한 경고는 눈에 띤다. 그러나 저자는 개발논리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자제한다. 그보다 생명의 소중함,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의 위대함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런데 이런 자연 사랑과 생명외경의 메시지는 역으로 이 세상에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파괴행위가 얼마나 야수적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잠시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의 작은 것들을 돌아보자. 그리고 마음의 귀와 눈을 열고 이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기울여보자.
"바쁘게 살면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깊은 경험은 상실하게 됩니다. 우리 곁에 가득한 하나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멈춤이 필요합니다. 소리 없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은 하나님이 나를 채우는 행복한 시간이 됩니다."- 본문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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