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삶의 자리 절대 빈곤에 놓고 치열하게 고민할 것”

20주년 <민들레영토> 지승룡 목사 인터뷰(上)- 기독실업인 편

▲<민들레영토> 대표 지승룡 목사가 인터뷰 중 미소를 짓고 있다. 20주년을 맞은 <민들레영토>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사소한 그 무엇에 따뜻한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접근방법 및 지향성 면에서는 조심스럽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 목사는 전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민들레 홀씨는 바람을 이용해 240km를 날아가 어느 곳에서든지 피어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민들레 영토입니다.” (민들레영토)  

문화 공간 <민들레영토>의 시작은 미약했다. 지난 1994년 서울 신촌의 10평 남짓한 무허가 건물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민들레 영토>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모임 공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대표인 지승룡 목사는 강산이 두 번 바뀌었을 시간이 흘렀음에도 처음의 마음을 간직하고자 애쓴다. 동시에 20주년을 맞아 조심스럽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 목사의 말이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또 없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접근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범 초기 저는 젊은이들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젊은이들은 한 시대에서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졌고, 또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성세대가 자기 보호에 급급했을 때 공의로운 마음, 열린 생각, 또 사소한 그 무엇에서 따뜻한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숨 쉴 공간, 혹은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지요.   
이제는 영역을 달리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억눌리고, 소외되고, 잠을 잘 수 없고, 실은 죽고 싶어 자다가도 일어날 만큼 아파하는 사람들을 바라봐야겠다는 뜻이죠. 이 분들의 수가 적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문제는 이런 분들이 자꾸만 많아져 거의 절대 다수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 저의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전 <민들레영토>가 이 분들에게 숨 쉴 공간, 혹은 울타리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예 제 삶 자체가 그렇게 되었으면 해요. 늘 관심 갖고 있는 주제입니다.”   
지 목사의 가치관의 패러다임적 전환은 생명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지 목사는 원래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풍요롭게 했다고 했다.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독차지하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민들레영토> 대표 지승룡 목사는 가인이 아벨을 죽이듯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진 오늘의 무한경쟁 시스템이 "허구"라고 주장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지구는 산소와 물이 있는 유일한 행성입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예외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생명’입니다. 즉, 생명은 하나님께서 허락한 특별한 그 무엇이란 말입니다. 하나님은 지구 표피를 넉넉하게 하셔서 모든 생명들이 풍족하게 먹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셨어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인이 아벨을 죽이듯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왜일까요? 세상에 편재한 부를 독점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지 목사는 이 같은 시스템이 허구라고 이야기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한다. 이들은 이에 자꾸만 불안을 키운다.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빼앗기 위해서다. 
“이 세상은 우리가 서로 목숨 걸고 싸워서 상대방을 죽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을 불안하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반면 권력자들은 세상을 자꾸만 불안하게 만듭니다. 불안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만약 밖에 불이 났다고 하면 지금 우리가 이곳에 편안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죠. ‘여기서 어떻게 살지?’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잖아요? 권력자들이 불안을 조성하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찰을 못하게 해서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부를 독점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런데 이 권력자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 정도일까요? 전 5%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머지 95%는 실질적 빈곤 상태에 빠져 있다고 봐요. 이들은 견딜 수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삶을 옥죄는 빈곤, 기독교인 해결 나서야  
지 목사의 현실 인식은 해결방안 모색에 대한 고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 목사는 이런 고민이 기독교인이라면 마땅히 찾아 나서야 하는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흔히 QT(Quiet Time)로 잘 알려진 묵상 기도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 목사의 QT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저는 95%의 절대적 빈곤,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 절대적 빈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성찰하고, 이를 통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또 기독교인들이, 적어도 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면, 그리고 기독교적인 마인드로 직업을 영위하고 있다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빈곤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답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제 삶의 자리를 이런 고민에 두고 있습니다.”   
▲<민들레영토> 대표 지승룡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 절대적 빈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성찰하고 이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이 자리가 이러한 고민의 한 가운데 위치 지어져 있음도 알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저는 QT를 통해 이런 고민에 대해 성찰해 나갑니다. 흔히 QT하면 성경 말씀 읽고 묵상하는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제겐 그렇지 않습니다. 제게 QT란 첫째 질문하는 시간(Question Time)입니다. 이게 뭘까? 왜 이렇게 생겼을까? 어디에 쓰는 것일까? 하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말 그대로 묵상(Quest Time)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고요하게 눈 감고 하는 묵상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 제대로 알 때까지 아주 깊게 탐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이라고 생각해요. 이 단계는 솔루션, 즉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계죠. 즉 지금 95%가 짊어지고 있는 빈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하고, 답을 찾고 있다는 말입니다.”   
지 목사는 성찰의 과정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 특별한 경험이란 무엇일까?  
“전 한 번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봤어요. ‘지승룡, 조건이야, 진실이야? 너 이렇게 말하다가 어떤 상황에 처하면 입장이 바뀔꺼야? 아니면 정말로 95%의 절대 빈곤층을 향해 진실하게 성찰하고 해결책을 제시할거야?’ 전 이 질문에 많이 괴로워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3초도 되지 않아 ‘당연하죠, 하나님’하고 답했어요. 3초도 지나지 않아 이런 답을 하다니, 저도 신기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저는 3초도 되지 않아 답을 했어요. 그만큼 저한테는 이 같은 고민이 하나님이 제게 주신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여기에 순종해야 하잖아요? 저는 이런 모든 과정이 구도의 길이라고 봐요.   
저는 순례를 오늘은 이곳에서, 내일은 저곳에서 어떤 의미를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여행도 재밌겠지만 말이죠. 우리는 여행자와 구도자의 삶을 같이 살아 나가야겠지요. 비율은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평신도는 여행자의 삶이 구도자에 비해 8대2, 혹은 7대3의 비율로 가도 좋아요. 그러나 적어도 사명감을 갖고 신학을 전공했고 또 자신을 사역자로 생각한다면 구도자의 삶이 7에서 8을 차지하고 나머지 2, 3은 여행이나 잡담 등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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