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명한 성서신학자인 아라이 사사구(荒井 献)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그는 먼저 “한국 민중신학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군사독재 시절 지하에서 운동하던 기독교 청년학생들이 자신에게 보내준 메시지에서 신앙의 눈을 떴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독 학생들이 역사적 접근을 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내준 메시지는 예수가 지향하는 점을 가장 적확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들의 메시지를 통해 나는 예수 이해의 기본이 예수의 행위를 현재에 있어 어떻게 다시 체험할 것인가임을 배웠다”고 했다.
그가 꺼내든 화두는 누가복음 15장, 특히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는 4절 말씀이었다.
그는 이 말씀을 해석하면서 민중신학의 핵심 개념인 ‘민중’을 끌어 들인다. 그에 따르면 ‘민중’이란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 ‘잃어버린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약자는 비단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적 의미로 볼 때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성 소수자, 소수 민족, 사회적 일반 가치체계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포괄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누가복음 15장 4절 말씀은 질문으로 끝난다”면서 “의문문으로 끝나는 말씀의 의미는 ‘사회적 약자들과 다시 걸어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참여는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는 열쇠
▲일본의 저명한 성서신학자인 아라이 사사구(荒井 献)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그는 그러면서 “사회참여는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는 하나의 형태이며 내가 지향하는 성서 해석과 부합한다”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는 두 가지 측면, 즉, 신에 대한 수동적 복종과 사회참여라는 적극적 행동의 측면이 공존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일본 기독교계는 신과 인간의 수직적 관계만 일방적으로 설교했다. 그러나 일면적인 한 부분만 끌어내 그것이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비판적이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실 이 같은 기독교 이해가 일본 교계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 그는 일본 교계 중직자들이 기독교의 사회참여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단정적인 해석에 대해서도 경계하면서 다양성을 많이 강조했다. 그는 “지금 언급한 말씀에 대해 누가복음에서 답이 나와 있지는 않다. 예수가 던진 질문에 대해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신약에서 세례라는 한 가지 주제만 놓고 보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난 다양성만이 진리에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편 열광주의의 폐단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한국에서 열광주의적 신앙의 모습을 목격했다. 물론 이런 열광적인 경향은 초기 기독교에서도 볼 수 있다. 고린도전서를 보면 분위기 짐작이 가능하다”라면서 “단 열광주의에 경도된 나머지 신과 인간의 수직적 관계만 강조하면 횡적 연대는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만약 이렇게 되면 교회는 자기 완결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 말미에 자신은 “목사가 되고 싶어 했으나 목사인 아버지가 사회과학을 배우고 사회참여를 한 다음, 그럼에도 원한다면 목사가 되라하셨다. 결국 목사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계속 평신도로 남아 기독교 원리를 연구하고자 한다”면서 학생들을 향해 “편한 길을 가려고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