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안 되나?

한신대 신대원, ‘민중의 이름’으로 한바탕 논쟁

신학생이 채플 시간에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안 될까? 최근 한신대학교 대학원(원장 연규홍)에서 불거진 사태가 제기한 의문이다. 페이스북과 몇몇 교계 언론들의 관련 보도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한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 모 씨는 지난 11월18일(화) 채플 시간에 대표기도를 맡았다. 이때 김 모 씨는 기도 말미에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로 끝을 맺었다. 이날 설교를 맡았던 K 목사는 이를 듣고 당황해 연규홍 원장에게 학생들을 잘 지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연 원장은 김 모 교역지도 실장에게 경위를 알아보라고 했고, 김 실장은 탐문조사를 하던 중 김 씨가 그렇게 기도한 사실을 확인한 후 “미친 X이네”라는 욕설을 했다.  
한편 김 씨는 대표기도 후 채플담당 교수와 면담을 가졌고, 담당 교수는 김 씨에게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한 의도와 구원관을 물었다. 담당 교수는 그러면서 “공적인 채플에서는 그렇게 기도하지 말라”는 언질을 김 씨에게 했고, 김 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에 대한 징계도 거론됐다.   
이 학교 민중신학회 소속 학생들은 지난 25일(화) 김 씨의 기도가 ‘왜 문제가 되느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김 씨의 기도가 신학적으로 옳았는지를 학문적으로 논하는 것이 이 사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면서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다양한 신앙고백을 존중하지 못하고 신앙검열까지 하는 교수의 태도이며, 자신의 신앙고백과 다르다고 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학문을 닦는 학교에 입김을 넣고자 하는 목사의 사고방식”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해당 교수와 목사의 공식 사과 및 목사들의 신학교에 대한 학문적-신앙적 간섭 불가 등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또한 자신들의 성명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한신-기장 공동체를 향해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 서명엔 26일(수) 오전 11시25분 현재 152명이 참여했다. 
일단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한신대 신대원 측은 대자보를 통해 26일(수) 오후 1시 장공관 회의실에서 신학대학원장, 교역지도실장, 신대원생 김 모 씨 및 22대 학생회 학생회장 외 3명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화해의 장’을 마련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민중신학회 측은 이번 일이 유야무야 덮인 데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민중신학회는 27일(목) 성명을 통해 화해의 장으로 마무리 된데 대해 한편으로는 환영하면서도 크게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두 가지 아쉬움이란 첫째, “한신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 일이 이웃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태도”와 둘째, “기장 교단 내의 분열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민중신학회는 첫 번째 아쉬움에 대해선 “우리는 이웃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고 열려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공교회다. 만약에 이웃의 비판에 귀를 닫는다면 이 땅을 섬길 자격 또한 없다”고 선언했다. 두 번째 입장에 대해선 “기장은 ‘신앙의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갈라져 나왔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기장이 한 번 더 갈라진다면 또 같은 이유일 것”이라면서 “우리가 다시 분열하지 않으려면 민중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에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태도부터 수정되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모 씨는 “이번 일을 신학적 논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 현장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이 신학교에 간섭하는 등 교단 안에서 점점 커지는 교권주의적 측면이 있었다. 화해의 장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교수들이 많았다. 이 점이 말끔히 정리된 건 아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어 “학생들이 조직이 되지 않아 동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신학 공동체 내에서 정상적인 토론이 이뤄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민중의 이름’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생들도 많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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