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의 애기봉 철탑 철거와 대체 시설물 건립을 둘러싸고 기독교계 내에 남남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12월2일(화) 임시 성탄트리 설치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올해 성탄절을 전후로 남북 평화를 기리기 위해 애기봉에 임시 성탄 트리를 설치하고 점등행사를 하겠다고 요청했다”면서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지난 10월 군 당국이 애기봉 철탑을 철거하자 다른 등탑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담임목사 ⓒ베리타스 DB |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 애기봉 현지에서 목회 사역 중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담임 목사는 “2012년 김포시, 국방부, 국가정보원, 재정경제부는 이곳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때 대북 심리전 시설물은 세우지 않기로 합의하고 재경부로부터 129억 원을 지원 받았다”라면서 “국방부가 합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합의사항을 뒤집었다”고 반발했다.
이 목사는 이어 “군 당국이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을 통해 대북·대남 비방방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해 놓고선 입장을 번복했다. 군 당국이 원칙을 상실한 것 같다”며 국방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원래 애기봉 철탑이 있던 지점은 북한과 3km 떨어진 곳이어서 철탑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한기총은 평화적 목적임을 강조했다. 한기총은 2일(화) 미국 의회가 지원하는 국제방송국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성탄 트리를 세우는 것은 북녘 동포에게 성탄의 의미를 알리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목사는 “군 당국이 애기봉 철탑을 철거했다가 임시 성탄트리를 설치한다고 입장을 바꿨기에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도 2일(화) 서울발 기사를 통해 “국방부의 조치가 고립된 북한을 격분시킬 가능성이 있다(a move likely to anger the isolated North)”고 지적했다.
애기봉 임시 성탄트리는 9미터 높이로 세워지며 오는 23일(화)부터 내년 1월6일(화)까지 2주간 불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