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NCCK 인권주간 연합예배에서 인권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인 김현호 신부(우)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인 이은주 목사(좌). ⓒ사진=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인권센터는 세계인권선언일(12월10일)을 맞아 12월9일(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인권주간연합예배에서 ‘2014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이하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 낭독은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인 김현호 신부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인 이은주 목사가 맡았다.
아래는 NCCK 인권선언문 전문이다.
2014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창세기 1장 27절)
2014년 한국사회에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권리가 도처에서 짓밟히고 있습니다. 불행했던 과거 군사독재시절 수많은 이들의 목숨 건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해낸 우리 사회의 인권의 가치는 비정한 정권, 무능한 정치, 탐욕적 자본이 결탁한 거대한 카르텔을 통해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는 중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이 사실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정부는 없었습니다. 국민의 아픔을 치유할 정치는 실종되었고 최소한의 행정적 절차도 합리적 문제제기도 이윤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최첨단의 수많은 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도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통성을 결여한 권력이 정치적 위기 때마다 사용하던 이념적 대결의 수법이 다시 등장하여 메카시적 종북몰이를 일으키는 가운데 억울하게 체포되고 구금되는 일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국가 공안기관에 의해 내란음모가 조작되고, 외국의 공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가짜 간첩을 만들어 내는 곳이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는 내부의 폭력으로 젊은이들의 생명을 짓밟고 있지만 누구하나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은 정치의 시녀가 되어 반인권적 판결을 남발하고 있으며 이런 사회 분위기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갈수록 심해지며 생산의 주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발걸음을 돌이켜야 합니다. 이 반인권적 현실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땅 오늘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외면함으로써 누구도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인권을 지키는 일에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양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권을 지키는 일에 정치적 당파성은 없습니다. 이 일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다시 나서야 합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고귀함이 지켜지는 세상을 향한 기도의 행진을 이어온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오늘을 함께 사는 모든 이웃들에게, 정부와 국민,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자본가와 노동자들 모두에게 이 땅에 무너진 인권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를 호소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을 멈추어야 하며 국가폭력에 당한 억울한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2. 법원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되어야 하며, 억울한 재판에 의해 구속된 사람들은 즉각 석방되어야 합니다.
3. 군대 내 인권을 향상하고 민주적인 군대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4.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은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5. 사상과 표현,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6.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를 강화하여야 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7. 북한인권이 한반도 분단체제의 산물임을 깊이 인식하고 대결과 압박이 아닌 화해협력을 통한 실질적 인권증진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8. 노동 인권, 특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과 부당하게 해고된 이들의 빼앗긴 권리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기본 원칙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가장 우선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 교회와 함께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해 나갈 것입니다.
2014년 12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