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일었던 종교인 과세가 현 정권에서는 사실상 무산됐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12월10일(수) 종교인 과세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시행령의 시행시기를 당초 정했던 2015년 1월1일에서 2년 늦출 것을 기획재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안을 수용할 경우 정치권의 추가 논의 없이 종교인 과세는 미뤄진다.
개신교-가톨릭-불교 등 대한민국 3대 종단 가운데 유독 개신교만이 종교인 과세에 반대 입장을 보인다. 물론 개신교 내부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목소리는 높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회는 지난 3월 공청회를 통해 “첫째, 국민으로서의 종교인은 납세의 의무를 가진다, 둘째, 현행 소득세법에 대한 이해와 하나님의 정의실현을 목표하는 기독교 신앙에 따라 현행법규에 따른 근로소득세 납세에 갈등의 여지가 없다, 셋째, 대한민국은 종교인을 면세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기에 정부 주무관청은 종교인에 대하여 과세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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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목회자 소득신고 지원활동과 관련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 전경. ⓒ베리타스 DB |
현재 2011년 통계를 기준으로 연소득 1,000만 원 이하인 목회자는 20% 포인트에 약간 못 미친다. 현행법상 월소득 114만원(4인 가족, 자녀 20세 이하 기준) 미만은 근로소득세(근소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체의 20%에 이르는 저소득 목회자들이 세무당국에 소득신고를 한다면 근소세 징수가 되지 않는데다 교육비 지원, 임대주택 등 국민으로서 누리는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종교인 과세가 무산된 원인은 대형교회의 반발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모아진다. 특히 네티즌들은 재정비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대형교회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한다고 성토했다. 트위터 아이디 @peace_****인 네티즌은 “기본적으로 종교인과세를 하면 많은 개신교 목사들이 근로장려세제를 받을 텐데 대형교회 목사들은 이제까지 번 소득이 다 드러날 테니 죽어라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시행령 연기 시점이 공교롭게도 총선(2016년 4월)과 대선(2017년 12월) 사이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대형교회의 심기를 자극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종교인 과세가 이번 정권에서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이시영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금 오만 원이나 삼만 원의 시 한 편 원고료에도 소득세와 부가세가 붙는데 왜 고액소득의 개신교 목사들에게 과세를 유보해야 하나”며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대형교회 목사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