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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선 칼럼] 북조선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지낼까?

서광선·이화여대 명예교수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논설주간) ⓒ베리타스 DB
휴전선 근처 애기봉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다시 세울 것인가? 기어코 세워야겠다는 남한 그리스도인들과, 안 된다고 반대하는 같은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이 싸우고 있다. 세워야 한다는 쪽에서는 ‘평화의 상징인 크리스마스트리는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그것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평화의 상징을 악용하는 것이다, 오히려 북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고, 트리 때문에 북의 총격을 받을지 모르고, 평화는커녕 포탄과 총탄이 오가는 참사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운다고 하자. 북조선의 군인들이나 주민들이 어떻게 크리스마스트리를 해석할까? 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적대적인 상징으로 받아들일까? 그런데 그러한 고려를 하기도 전에, 아니 아예 하지도 않고, ‘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아기 예수를 영접하고 기독교 신앙을 접수하라’고 강요하는 “고집”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평화는 강요되는 것이 아니다. 평화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이다. 선교나 전도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감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대화와 협력과 화해 없는 평화는 오히려 “평화 공세”가 되고 나아가서 평화를 앞세운 폭력이 된다. 그동안의 전쟁과 안보는 거의 모두 “평화”를 내 세운 거짓 평화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전쟁을 해야 했던가. 
남한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보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면서 거리와 백화점과 고급호텔과 그리스도인 가정과 교회에는 성탄나무로 찬란하게 빛을 밝히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성탄나무 밑에 쌓아 올린 선물 상자와 보따리에 정신이 팔려 성탄나무의 의미나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망각하고 있다. 화려한 성탄나무의 숲 속에서 우리는 북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상상해본다.
북조선의 교회, 둘인가 셋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당의 안과 밖에는 성탄나무가 서 있을까? 우리 남한의 아이들처럼 집안에 성탄나무를 장식하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까? 우리 남한의 겨울보다 더 춥고 더 깊은 눈 속에서 겨울을 견디어 내야 하는 북조선의 아이들에게 천사들의 노래 소리,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의 메시지가 들리기라도 할까?   
휴전선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진정한 평화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억지로 세우기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북조선의 굶주리고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것이 더 예수 탄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트리를 가지고 싸울 힘이 있으면, 정말, 북조선에 크리스마스 정신을 전하려면 그곳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가 되자고 권하고 싶다.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러 달려간 동방박사들처럼, 그리고 들에서 양떼를 지키던 가난한 목동들처럼, 평화의 선물을 북조선 땅에 들고 가고 싶다.   
*이 글은 남북평화재단의 뉴스레터 <남이랑 북이랑> 12월호에 실렸으며 저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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