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평가절하당하는 한국교회, 사회와 소통부재 원인”

문화신학자 김경재 교수 인터뷰(上)

[편집자 주] 지난 10월15일 혜암신학연구소에서는 한국 신학계의 진보와 보수 학자들이 한 자리에 앉아 신학적 입장과 교계의 현실을 논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신학계의 진영논리에 따라 대립적 견해들이 상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로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실제로 소통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좌담회에 참석하셨던 학자들 중 문화신학을 전공하신 김경재 교수님과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문화신학이 소통의 신학이기 때문이다.   

▲문화신학자 김경재 교수. ⓒ사진=이인기 기자
이인기 국장(문): 교수님께서는 문화신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경재 교수(김): 네. 그런데 저의 신학의 뿌리를 말하기 전에 성장 배경을 먼저 말씀드리지요. 저는 6.25 동란 중에 형님이 전사하는 등 소위 말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면서 마음의 상처가 큰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성서를 통해서 기독교에 입문하게 되었지요. 원래 집안 배경은 유교 집안이었어요. 
동네 교회 부흥회도 어머니 따라서 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예수교 장로회 통합 측 교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부흥회 강사로 오셨던 분이 최남진 박사님이셨는데 설교의 기본적인 관점은 성서무오설의 입장이었어요. 사실 초등학교만 나왔어도, 자연교과서 공부만 철저히 해도 창세기 1장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자연히 한국 기독교와 전통문화의 갈등문제가 무의식적으로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았던 것 같아요.  
무등산을 오르내리면서 고민을 하다가 신학교에 갔습니다. 신학교에서 폴 틸리히를 통하여 문화신학 분야에 자연히 끌리게 되었죠. 제가 클레어몬트 대학교에 2번 유학을 갔는데 첫 번째는 70-80년대 중반에 거기서 종교다원론 문제에 접했습니다. 저도 장공 김재준 박사 아래에서 진보적인 신학을 전수 받은 입장이었는데 문화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죠. 지금 생각해보니 장공의 입장은 일종의 포용주의였는데 그 문제가 포용주의를 넘어섰거든요. 그때 존 캅 교수한테서 과정신학으로 학위논문을 쓰러 갔다가 그 점에서 막혔어요. 그래서 제2의 신학적 전환을 한 셈입니다.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 중 특히 보수 쪽이 쉽게 트랜스폼하지 못해요. 왜 어려운가하면 제가 충분히 이해를 하지요. 제 자신이 잘 안 됐거든요. 보수 쪽으로 훈련을 받았는데 될 리가 없죠. 교육받은 것을 포기하면 그 동안 쌓아온 것이 다 무너지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제 사회는 점점 다원화되고 있어서 보수적 기조만을 유지하게 되면 기독교는 반지성, 독선 등의 이미지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종교다원주의적인 발언을 하면 진보적인 교단인 기독교장로회에서도 좋게 안 봐요. 왜냐하면 목회현장에서 선교의 불길을 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 그럼 교수님께서 가지고 있는 신앙관이나 신학관은 사회와의 연관성을 축으로 삼고서 신앙의 포괄적인 실천을 전제로 하는 것이군요. 이것이 교수님께서 신학과 다양한 사회현상과의 소통을 주제로 삼는 문화신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신학자 김경재 교수. ⓒ사진=이인기 기자
김: 네. 한국에서 문화신학을 거론하자면 유동식 교수가 최고 어른이시지요. 유 교수님은 크리스천으로서 건축, 미술, 음악, 그리고 철학 등의 분야와 교유하면서 성서와 문화라는 큰 조류를 형성하셨습니다. 감신대 이정배 교수도 이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요. 
문: 신학과 사회와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으니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저의 관심은 한국 개신교가 한국사회 속에서 정말 이렇게 평가절하를 받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치유하고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느냐에 놓여 있습니다. 개신교 자체의 새로운 소생을 위해서도 그러하지만 한국 개신교가 잘못해서 죽어버리면 한국사회가 문제가 될 것이고 통일 문제도 그렇고...  그 여파는 한 종단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 지방에 돌아다녀 보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실천하는 젊고 뜻 있는 목사들이나 평신도 지도자들이 꽤 있습니다. 삼사십 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목회를 하면서도 서로 연대의식을 가지고 교회개혁을 위해 투신하고 있지요. 그것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꿈틀거림보다는 상층구조, 특히 대형교회들이 끼치는 영향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큽니다. 대형교회가 되려면 나름의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있다는 건 나도 인정하는데, 대형교회 자체는 그것을 운영하고 지탱하고 활성화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가 다 동원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자본주의 사회 체제 속에서 기업체가 자기회사를 계속해서 돌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전동차처럼 되어버리는 구조에 교회가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큰 교회들은 소위 개별주의의 늪에 빠졌어요.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사회에서 볼 때는 이런 현상이 모든 교회가 똑같이 겪는 현상입니다. 지방에서 진지하고 성실한 목회를 하려는 움직임이나 대형교회의 여러 가지 병폐를 분리해서 안 본다는 것입니다. 마치 극단적으로 명동 네거리에서 외쳐지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의 소리가 한국 기독교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는 저런 돌출행동 하나를 중앙에서 컨트롤하지도 못하고 방임하는 무력한 종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되니 전도가 앞으로 계속 막힐 것이라고 보고 저는 몇 년 전에 옛날 이스라엘의 예언자처럼 악역을 감당하려는 사람이 되어버렸지요. 저도 교회를 굉장히 사랑하고 개척 교회를 일곱, 여덟 개나 해보려고 했던 사람이지만, 앞으로 기독교 인구는 약 300만 명 가량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30년 안에 최소한 300만. 
문: 200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기독교 인구가 890만 명인데 그 정도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계시다는 것은 교수님께서 현재 교계의 상태를 매우 심각하게 진단하고 계시다는 반증으로 여겨집니다.  
▲문화신학자 김경재 교수. ⓒ사진=이인기 기자
김: 교회 현장에서의 지도자라고 하는 분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대가 되어 버렸어요. 일간 신문에 보면, 목사들이 서로서로 삿대질하며 욕하고 회개하라고 서로 성명서 내고 일반 사법부에다가 재판 걸고... 이만저만 난리통이 아니에요. 혜암 이장식 교수가 강연회에서 지적했듯이 교회가 자치 능력,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도덕적으로나 영적으로 우리는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 못하겠으니까 세상 사람들이 시시비비를 가려주시오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는데 그것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줄을 몰라요, 당사자들이. 요즘 교단들의 총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지도자들이 후안무치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런 행동이 얼마나 한국 그리스도교에다 모욕과 수모와 멸시를 주는 것인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일전에 모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낸 그 분은 교계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분이시지요? 그분이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더러 ‘이제는 슬픔을 잊을 때’라고 공개적으로 권고를 했던데 그 광고는 자기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 가지고 신문에 내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 속에 성도들의 헌금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서운 범죄입니다. 그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하나님 앞에 바친 헌금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광고를 일간 신문에 버젓이 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이 한국 교회를 끌고 가는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그리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솔직히 그런 분들이 한국교회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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