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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것이 바로 신학이다”: 뉴욕의 대림절 시위

앤그레스 쉴링(유니온 신학교 박사후과정 방문학자)

▲뉴욕 유니온신학교 대림절 시위 현장. ⓒ사진제공=WCC

퍼거슨 시는 여전히 동요하고 있다. 뉴욕도 그러하다. 뉴욕 시에 위치한 유니온신학교, 즉, 1836년 이래 맨하탄 서부지역, 혹은 할렘 서부 지역에 위치한 장구한 역사의 신학교육기관도 그렇다.   

유니온신학교가 지리적으로 맨하탄 상부지역의 부촌, 즉, 콜롬비아대학교가 있고 거창하며 고풍스런 유럽식 아파트가 가로를 구성하고 있는 지역에 위치하는가? 아니면 흑인들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흑인 주거지역인 할렘의 일부일까? 이 질문은 신학의 자리를 확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니온 신학생들에게 유니온신학교가 할렘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한 거리에서 낱담배를 팔던 흑인 에릭 가너를 지난 7월에 목 졸라 숨지게 한 경관을 대배심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지난주에 신학교는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동요했다. 
대배심의 결정이 알려진 직후 학생들은 성소인 신학교에 항의캠프를 만들었다. <사랑의 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캠프는 24시간 개방되어 학생들에게 모임, 토론, 기도, 비상연락 등을 위한 장소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저항운동도 계획할 수 있었다. 
유니테리언 유니버살리스트 교단 출신으로서 목회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새디 랜스데일은 “이 장소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공간을 제공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뉴욕의 거리, 다리, 고속도로에서 정의를 요구하는 항의를 벌이던 다른 다수의 유니온 신학생들과 함께 체포당했었다. 그녀의 학교 동기인 캔데이스 심슨은 “이것은 하나의 실험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언가 역사적인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1950-60년대의 시민권리운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도 느꼈다. 그녀는 “투쟁은 계속됩니다. 이른바 시민권리운동과도 단절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자유를 위해 투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흑인목숨은소중하다”라는 해시태그는 미국 전역에 번진 시위의 슬로건이 되었다. 현재는 흑인 남성 에릭 가너, 흑인 여성 레니샤 맥브라이드, 흑인 성전환자 디숀다 산체스 등의 사건처럼 흑인에 대한 국가나 경찰의 체제적 폭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2012년부터의 보고에 따르면, 매 28시간마다 흑인 남성, 여성, 혹은 아동이 미국 내 경찰이나 자경단원의 법집행 과정에서 살해되고 있다. 한 학생은 “이것은 종족살해입니다. 이제는 근절되어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유니온 신학교의 시위는 <사랑의 축>에만 한정되고 있지 않다. 최근 미주리 주 퍼거슨 시를 방문한 30명의 종교지도자들 가운데 한 명인 시린 존스 유니온 신학교 총장은 흑인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구조적이며 체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존스 총장에게 “검은 몸뚱아리”(‘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나 주변화된 인간’을 의미함)의 살해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교회의 가르침에 연계되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녀는 지난 주 한 TV의 토크 쇼에서 “우리는 개인들로 하여금 개별적인 악행들을 중지하도록 가르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그것은 섹스 등등에 관한 것들이지요. 우리는 인종차별과 같은 체제적이며 집단적인 죄악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의 중심 이야기, 즉, 세계 최강국에 의해 처단 당하는 흑인 몸뚱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묵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존스 총장의 이 메시지는 신학적으로 강력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세계교회협의회(WCC) 실행위원회가 11월말에 “미국 내 인종관계 및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의 뿌리 깊은 문제”에 대해 주목한 것과 상응한다. 실행위원회의 의사록은 “우리는 모든 사람의 인간적 존엄성이 인종, 민족, 문화와는 상관없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과 정의가 실현되는 현장이 목격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성탄절이 다가옴에 따라 많은 신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과 휴일을 즐길 것이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자신들을 예언자적 활동가로 인식하고 있고 유니온 신학교가 중요한 신호를 전국에 전파하는 독특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 학생은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인종, ‘흑인 몸뚱아리,’ 백인우월주의 등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이 신학교의 학생이 된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저의 출신 고향에서 천착할 의무감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자기 고향의 상황에서 ‘#흑인목숨은소중하다’를 이야기하는 것,” 바로 이것이 뉴욕시 유니온 신학교의 관점에서 바라 본 신학하기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일은 지금 현재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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