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12월19일(금) 오전 통합진보당(통진당)에 대해 해산 판결을 내린 가운데, 기독교계에선 이념지도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 진영은 이번 판결을 강력히 성토하는데 비해 보수 교계는 일제히 환영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 총회장 황용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주의의 퇴행을 촉발시키는 반(反) 역사적 판결”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한국교회의 입을 자처하며 주로 보수교단 쪽 정서를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는 헌재 판결을 지지하고 나섰다.
언론회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대한민국에서 정치나 정당 활동은 당연히 민주주의의 가치와 질서를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이념과 체제를 부정하거나 반국가적인 행태는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주인이며, 그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정치행위를 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회는 또 “국민들은 통진당의 행태에 대하여 너무나 긴 시간 인내해 왔다. 통합진보당은 그 동안 누려왔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이익과 호혜와 특권을 오히려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허무는 일에 사용했음이 드러난바, 이제 국민들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절대 필요성을 더욱 지켜 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vs 김이수, 극과 극 신앙이력
통진당 해산에 앞장서온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의 신앙이력도 극명히 대비된다. 황 장관은 1981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2년간의 연수기간 동안 수도침례신학교 3학년으로 편입해 신학공부를 한 뒤 서울 목동에 위치한 성일침례교회에 협동전도사로 일했다. 한편 사법고시 19회로 법조계에 입문한 김 재판관은 평신도 공동체인 새길교회에 출석해 온 평신도이다. 새길교회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이 출석한다.
황 장관은 공안검사로 ‘공안통’으로 불려왔다. 황 장관은 자신의 저서 『국가보안법』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위해 통일 이후에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김 재판관은 법조계 안팎에서 폭넓은 이해력과 다양한 차원의 고려를 통해 누구나 수긍할 합리적인 판결을 해온 재판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복수의 언론들은 김 재판관이 특히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숙고하고, 그들의 주장을 경청해 왔다고 적고 있다.
이번 통진당 해산 재판에서도 두 사람의 성향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황 장관은 지난 11월25일(화) 헌재 최종변론에서 정부측 대표로 출석해 “통진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반민주적, 반인권적인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라면서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처럼 국가 안보에 허점이 없도록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 정당을 해산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재판관은 “일부 구성원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를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하며 “민주주의는 바다와 같아서 다양한 생각을 포용해가는 것을 본질로 한다”는 요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현재까지 드러난 양상은 한국사회의 병폐로 지적되어온 이념 갈등이 기독교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여론은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 이념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교계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