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 반대운동을 해온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가 지난 12월22일(월) 경찰 30여 명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가운데 이 목사는 24일(수) 기자에게 자신의 심경을 전해왔다. 이 목사는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30여 명의 정사복 경찰이 교회 내 아동복지관의 철문을 부수고 도서관을 뒤진데 이어 예배당의 십자가를 끌어 내리고 강대상을 해체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예배당이 신성한 공간이라는 개념은 이미 탈출했고 이 나라에 폭력정권이 원할 시는 언제든지 종교도 짓밟을 수 있다는 흔적이 교회 곳곳에 난무 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또 “‘민통선주민 불안에 떤다, 전단 살포 하지마라’와 ‘남북 갈등 남남갈등, 전단살포 반대 한다,’ 이것이 우리교회가 외친 구호였고 나의 신앙적 양심에 따라 실천한 것이 더도 덜도 아닌 전부였다”라면서 “‘애기봉 등탑 철회하라,’ ‘대북 삐라살포 중단하라’가 친북 활동이라서 합법적 종교 기관을 짓밟았다고? 교회 수색은 물론 성직자의 안방까지 짓밟힐 만큼 나는 큰 죄를 지은 국사범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애기봉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가 지난 22일(월) 검‧경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가운데 <이적목사공안탄압분쇄대책위>는 26일(금)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 이적 목사 |
이 목사는 심경고백에 이어 조선그리스도연맹(조그련) 강명철 위원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띠웠다. 이 목사는 이 서한에서 “애기봉을 더 이상 분쟁의 장이 아닌 우리 민족 화합의 봉우리로 만들자. 소담스럽고 자그마한 트리를 하나 만들어 같은 날 같은 시간, 남북 작은 교회의 큰 소망을 담은 진정한 자주 평화 통일의 트리를 함께 켜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이적목사공안탄압분쇄대책위>(이하 대책위)는 26일(금)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력히 규탄했다. 대책위는 이어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 목사는 “향후 주요 교계 인사와 함께 방문단을 꾸려 한 차례 더 경찰청을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이 목사가 조그련에 띠운 공개서한의 전문이다.
북에 보내는 공개편지
조선그리스도연맹 강명철 위원장께 씁니다.
저는 김포시 애기봉밑 민통선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민통선평화교회 담임 이 적 목사입니다. 우리교회는 대한기독교복음교회 총회에 가입되어 있는 교회이며 저는 개인적으로 남측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이하 목정평)에서 평화통일 위원장을 맡아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한 전단살포와 애기봉 등탑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목회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민통선 마을에 처음 들어와 목회하며 평화통일 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8년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새벽기도를 하려면 자명종시계를 돌려야 하는데 제 잠을 대북방송이나 대남방송이 깨워 주어 자명종 시계가 필요 없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대남‧북 방송은 우리 민통선 마을주민과 애증의 일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양측 방송의 소음 때문에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차츰 남북 방송에 길들여지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야 살 수가 있었으니까요. 때로는 방송소음에 잠을 설칠 때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저는 이 방송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남북 평화의 기도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는 새벽 시간이면 어김없이 기도를 올렸습니다. 남과 북, 이 찢어지는 방송이 사라지게 하시고 화합하는 평화의 내 조국 한반도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4년 6월4일 남북고위장성급 2차 회담에서 일체의 대남북 심리전 시설, 즉 종교선전탑, 전단 살포, 대남북 선전방송을 중단키로 합의하고 2004년 6월15일 자정을 기해 그렇게 소망했던 대남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저는 선전 방송이 꺼지던 6월15일 밤, 교회의 성도 한 분과 어둠속의 휴전선 근처까지 걸어가서 대남음악 방송이 자정을 기하여 사라지던 그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대남북 방송을 들을 수 없게 되었고 그때부터 꿀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2010년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남북고위장성급 2차 회담에서 결정되었던 모든 대북심리전 중단 약속에 의하여 그동안 꺼져 있던 애기봉 등탑에 성탄절 불을 켜겠다는 남측 당국의 발표가 뉴스로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북측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하여 국방부는 다시 애기봉에 대북심리전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였습니다. 그때부터 민통선 주민들은 다시 불안한 생활을 해야 했고 우리 교회는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를 최초로 반대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그랬습니다. ‘예수의 성탄 트리는 평화를 부르는 트리다, 그러나 애기봉 트리는 불안과 공포를 부르는 트리이기에 성탄트리로 인정할 수 없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애기봉 전쟁 트리에 불을 꺼라’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외치고 다녔습니다. 더욱이 북측에서 애기봉 등탑에 불을 켜면 6‧4 장성급 2차 회담 약속 위반이기 때문에 애기봉에 불을 켜는 그 시간 조준 타격도 서슴지 않겠다고 공언을 해놓은 상태였기에 우리는 더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는 애기봉이 남북 갈등의 전초기지가 되고 남북갈등, 남남갈등을 넘어 국지전과 전면전의 꼭지점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지역주민들과 우리 교회, 그리고 통일을 꿈꾸는 모든 시민들은 불안에서 헤어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2010년 12월21일 그날부터 우리교회는 김포 시민운동가 몇 분과 애기봉 입구에서 애기봉 트리 반대 현수막을 들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싸움은 2014년 12월인 오늘까지 무려 5년째 이어져 왔고 최근 11월 14일 한기총이 주관하는 애기봉 등탑 점등 성공 기원 기도회를 강제 봉쇄하여 기도회를 무산시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12월23일에 점등하려던 한기총의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식도 무산시켰습니다. 한기총은 점등 포기 기자회견에서 전쟁 위험과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올해의 트리 점등을 포기한다며 한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애기봉에서 철거된 등탑을 다시 세우겠다는 그 공언은 취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는 12월19일 국방부 앞 기자회견장에서 외쳤습니다. ‘애기봉 등탑 반대 운동을 매년 하는 우리도 지쳐서 피로도의 한계점까지 왔다, 제발 우리를 평화스럽게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한기총에게도 제안했습니다. 내년에 애기봉에 또 점등을 하려면 우리와 함께 하자 일방적인 대북심리전술용으로 켜는 성탄트리가 아닌 남과 북이 용인하고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성탄트리를 남북, 남남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평화의 불을 올리자고 제의하였습니다.
저는 조선그리스도연맹 강명철 위원장께도 제안합니다. 애기봉을 더 이상 분쟁의 장이 아닌 우리 민족 화합의 봉우리로 만들자고 제의합니다.
2015년 크리스마스는 애기봉 건너편 해물 마을에도 자그마한 교회를 하나 만들어 남북 평화의 성탄트리를 점화하고, 그동안 애기봉 성탄트리 반대운동의 상징이었던 우리 민통선평화교회도 대형 철탑 트리가 아닌 소담스럽고 자그마한 트리를 하나 만들어 같은 날 같은 시간, 남북 작은 교회의 큰 소망을 담은 진정한 자주 평화 통일의 트리를 함께 켜자고 제의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의 본질을 비켜간 대형교회나 대형단체가 아닌 아기예수가 태어난 오두막살이 집처럼 작고 소박한 남과 북의 작은 교회에서 아기예수맞이를 하자고 권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국방부도 지금까지 허가해온 애기봉의 성탄트리가 대북심리전이 아닌 진정한 아기예수 성탄트리였다고 자신한다면 전쟁트리 반대운동을 해온 교회라 하여 점등 허가를 안 해줄 리 없겠지요. 더구나 그렇게 평화의 트리를 강조하며 애기봉에 점등을 소원했던 한기총도 함께 하고 애기봉 전쟁트리 반대 운동 공동 단체였던 목정평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이하 기사련)도 함께 하고 평화의 도시로 가는 김포시와 강 건너 마주보고 있는 개풍군도 함께 하여 힘을 합친다면 남북 화합, 남남 화합의 최고의 절정을 이루는 성탄절이 되겠지요. 그리하여 애기봉 분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이보다 더 큰 잔치가 지구촌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렇게 소박하고도 큰일을 성사시키기 위하여는 북측 관계자와 제3국에서 만나든지 아니면 허가된 통신을 이용하여 업무를 협의할 수도 있겠지요.
부디 2015년 성탄절은 애기봉에 분쟁이 없는 화합의 성탄절이 될 수 있도록 조선그리스도연맹의 과단성과 결단성을 기대합니다. 전쟁트리라는 이유로 애기봉에 트리 하나 세울 수 없는 우리의 분단 조국 그 쓸쓸한 애기봉 아래서 2015년에 소박하고도 큰 꿈 하나 꿔봅니다.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