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14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연초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를 신호탄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 등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었다. 기독교계 역시 올 한해는 유쾌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일부 목회자들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이 불거지는가 하면, 총리 후보자의 입에서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란 망언이 버젓이 나오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다른 한편으로 현행법상 구속까지 가능한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버젓이 목회활동을 하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의 면직이 공론화돼 일말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 목사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고, 치리권을 가진 평양노회는 재판을 질질 끌고 있다.
실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 세밑, 한국 사회와 교계를 뒤흔들었던 5가지 사건을 되짚어 본다. 내용의 분량 관계로 1,2부로 나눠 게재한다.
[되돌아보는 2014년 - ①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16일에 멈춰버린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 전후 100여일이 지난 팽목항의 전경. ⓒ베리타스 DB |
2014년 대한민국의 시계는 4월16일에 멈춰져 있었다. 총 476명을 태우고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는 이날 오전 8시48분경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전복돼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이번 사건은 ‘사고사회’ 대한민국의 민낯을 폭로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주무부처인 해양경찰(해경)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신고자에게 좌표를 되묻는 믿기 힘든 해프닝마저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분 1초가 천금 같은 시간에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구조보다 고위직 인사에 대한 의전에 집중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언론들은 ‘승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는가 하면,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로 인해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사는가하면,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의 사태 전개는 더욱 부끄러웠다. 유가족들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러자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폭식 투쟁을 하는가하면, 역시 극우 시민단체가 40일 넘게 단식하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폄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에 제대로 화답하지 못하고 표류했다. 지난 10월 말, 정치권은 가까스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마련했고, 유가족들은 이 안을 수락했다. 이어 12월29일(월) 여야 추천인사 10명으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조대환 변호사, 고영주 변호사 등 여당 추천인사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2014년 4월16일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되돌아보는 2014년 - ② 기독교계, 잇다른 망언]
▲지난 5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보진영의 목회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향해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던 모습. ⓒ베리타스 DB |
기독교계의 2014년을 한 낱말로 요약하면 ‘망언’이다. 먼저 세월호 참사 직후 상황을 살펴보자. 참사 소식이 전해지자 교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 구세군(사령관 박종덕)은 사건 발생 첫날인 4월16일부터 긴급 구호활동에 나섰다. 진도 지역 5개 교단 73개 교회가 모인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련)도 부활절을 전후한 시점부터 현장인 팽목항으로 나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만나성결교회 문명수 목사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지난 10월 소천했다.
그러나 현장과 달리 교계 기득권 집단은 세월호의 아픔에 소금을 뿌렸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조광작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부회장의 망언을 신호탄으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등이 잇달아 망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망언 이후 회개하는 모습 보다 정치적인 행보로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연합 기도회>를 주최하고 이 자리에 대통령을 초대했다. 명분은 위로와 회복이었지만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무마하기 위한 권력자 모시기라는 해석이 교계 안팎에서 드높았다.
기독교계를 강타한 망언 바람은 정치권에서도 불어왔다.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가 자신의 출석교회인 온누리교회 강연을 통해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분단과 북한의 빈곤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해 여론을 격분시켰다. 문창극-김성주의 발언은 역사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조악한데다,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마저 결여한 발언들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보수 쪽 기독교계 인사들은 이들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고, 이로 인해 교계는 뜻하지 않은 역사관 논쟁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결과적으로 기독교적 역사관을 잘못 이해한 인사들의 망언에 교계가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