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총격 사건 피해를 당한 『샤를리 엡도』의 2014년 10월 만평. 흰 옷을 입은 무슬림이 “난 예언자야”라고 하자 칼을 든 검은 옷의 무슬림은 “닥쳐, 이 이교도야”라고 답하고 있다. ⓒ『샤를리 엡도』 카툰 |
프랑스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현지 시간으로 1월7일(수) 프랑스 파리에서 3명의 무장괴한이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난입해 총격을 가한 사건 때문이다. 프랑스 경찰은 용의자 3명 가운데 두 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두 용의자의 이름은 사이트 코아치(35)와 셰리프 코아치(33)이며 형제로 알려졌다. 남은 한 명의 용의자는 18세의 하미드 무라드로 AFP통신은 그가 경찰에 항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NN은 그의 항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와 장 카부, 조르쥬 올린스키 등, 이 잡지의 간판 카투니스트들이 희생당했다. 경찰관 두 명도 괴한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무장 괴한 한 명은 쓰러진 경찰관에 다가가 머리에 총을 겨눈 뒤 사살해 충격을 더했다. 이들은 범행 중에 “알라후 아크바(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이번 사건은 『샤를리 엡도』가 무슬림을 자극하는 카툰을 실은데 따른 보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잡지는 수차례 이슬람을 풍자하는 만평을 실어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무슬림을 격분시킨 전력이 있었다. 이로 인해 2011년 11월엔 사무실이 불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벤스키’로 알려진 거리 예술가는 펜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로 『샤를리 엡도』 사건을 추모했다. ⓒ벤스키 만평 |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이라는 해묵은 문제를 다시금 끄집어냈다. 『샤를리 엡도』는 1970년 창간 이후 줄곧 비단 모하메드뿐만 아니라 프랑소와 올랑드 현 프랑스 대통령,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 프랑스 극우정당인 인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 등 공인들에 대해 거침없는 풍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스테판 샤르보니 편집장은 2012년 프랑스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도발(provocation)이다. 우리는 20년 동안 도발하는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문제를 일으킨 소수의 이슬람에 대해 언급할 때만 이목을 끌었다”면서 “정부가 우리에게 도발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 우리는 거리에서 시위를 했던 세 바보들이 흡사 이슬람 전체를 대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잡지는 2012년 9월 이슬람의 창시자 모하메드의 엉덩이를 노출시킨 만평을 실었다.
▲이번 총격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스테판 카르보니에 『샤를리 엡도』 편집장의 2012년 인터뷰 ⓒCNN 화면캡쳐 |
▲미 CNN이 공개한 『샤를리 엡도』 총격사건 용의자 ⓒCNN 화면캡쳐 |
그러나 이슬람은 어떤 이유에서든 모하메드를 형상화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프랑스에서 이슬람계 인구는 약 5~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의 10% 수준이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프랑스 사회는 이슬람에 대한 분노가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해 5월 유럽의회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반이민 극우정당 인민전선의 약진은 이 같은 정서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반이슬람 정서가 이슬람 극단주의의 발호에 기름을 붓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7일(수) “이번 『샤를리 엡도』 총격 사건은 프랑스 내 거대 이슬람 인구에 대한 반감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세계 저명 카투니스트들은 만평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나섰다. 네덜란드의 정치 카투니스트 루벤 오펜하이머는 이번 사건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9.11테러로 묘사한 카툰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어 벤스키로 알려진 거리 예술가도 표현의 자유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드러낸 카툰으로 『샤를리 엡도』 사건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