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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노트] 미국 대학교의 교수채용: 있는 것과 없는 것

강남순·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강남순 교수. ⓒ베리타스 DB
한국에서 가르치다가 미국의 대학교로 이직한 교수들의 수가 사실상 많지 않아서 인지, 한국에 나오면 미국의 대학교는 어떻게 교수를 채용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학생으로 공부하던 미국의 대학교에 대한 이해/경험과 교수로 내부에 들어가서 비로소 보게 된 미국의 대학교는 참으로 다르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무수히 많은 대학교의 "교수채용"에 응하여 오면서, 나는 대학들의 교수 채용과정의 투명성이나 공정성, 그리고 진정성에 대하여 거의 신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소위 "일류대학"이라는 학교에서 교수채용과정이 모두 끝난 후 보내 온 교수지원서 팩키지(이력서, 추천서, 경력증명서, 성적표, 업적물 등)를 처음 되돌려 받으며 놀란 것은, 미국 대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인 "교수 추천서"들의 봉투가 개봉되지 조차 않았던 경우가 참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리는 바로는 채용공고가 나가기 전에 많은 경우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가 이미 내정되어 있어서, 공식적인 공고를 보고서 지원한 사람들은 "들러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식"을 알지 못하던 나 같은 사람은 "한국적" 상황을 모르는 매우 나이브한 사람으로 간주되곤 한다. 

미국의 대학교의 교수채용과정은 어떨까. 물론 나의 한 대학에서의 경험이 매우 다양한 미국대학교들의 교수채용과정을 보편화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인문계열인가 이공계열인가도 다를 것이고, 국립대학인가 사립대학인가도 다르고, 학교마다의 재정적 상황이나 학풍에 따라 참으로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험은 인문계열의 대학들이 교수채용과정에서 주로 차용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보편성"을 획득할 근거가 된다고 본다. 
미국에서 소위 "고등교육 (higher education)"을 하는 대학들의 수는 거의 4,600 여개에 이르는 반면 (http://en.wikipedia.org/wiki/Higher_education_in_the_United_States),  한국은 370여개에 이른다 (http://www.obhe.ac.uk/newsletters/borderless_report_october_2011/higher_education_in_south_korea). 한국대학 수의 열배가 넘는 대학들이 미국에 있으니,  대학마다 각기 다른 학풍과 문화가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 45위 대학교들중에, 미국에 있는 대학교가 30개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cf. http://en.wikipedia.org/wiki/Higher_education_in_the_United_States), 그 통계의 기준이 지니고 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본다. 
나는 한국대학들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는 "교수채용"의 문제라고 본다. 교수채용 심사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되고, 교수 지원자의 학문성이나 교수능력보다는 학연과 인맥이 우선적인 조건들로 지배하는 것이 아직도 대부분의 많은 한국대학들의 현실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학들이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부언할 필요없이 한 사회/나라의 저력을 공고히 하는데에 지식생산의 중심인 대학이 하는 역할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며, "대학"이란 한 나라의 과거-현재-미래의 중요한 토대를 구성/재구성 하는 공간이며, 새로운 지식과 그 지식의 실천성을 실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나라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라고 나는 본다. 나는 2006년 미국의 대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교수인사위원회"에서 네 번에 걸쳐 인사위원으로 교수채용 과정에 관여해 왔다. 내가 직접 지원할 때는 몰랐던 많은 부분들이, 교수채용과정에 직접 관여하면서 참으로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캠퍼스 인터뷰 때, 호텔로 찾아와 아침을 함께 먹었던 두 명의 교수들도 자유롭게 아침이나 같이 먹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는 속으로 왜 아침부터 한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왔을까 하고 의아해 했었다), 나와의 대화 등을 통해 자신들이 나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에 대한 "feedback"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내가 일을 하게 되면서 이다. 물론 미국의 대학들마다 그 재정상황이나 정책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차이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대학을 포함한 미국의 많은 인문계 대학들에서의 교수채용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1. 인사위원회 구성
대학마다 인사위원회(Search Committee) 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이 총장/학장의 일방적인 임명이 아닌 전공분야 교수, 전공밖의 분야 교수들, 여성, 남성교수들, 그리고 학생 대표 등으로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을 한다. 대학에 따라서 직원 대표, 이사 대표등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나의 대학교 같은 경우 학장과 "교수위원회"를 통해서 우선적으로 "인사위원회"가 구성이 되면 전체교수회의를 통해 최종 인준을 받는다. 즉 총장이나 학장이 일방적으로 교수 인사위원회를 조직할 수 없으며 교수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어 구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장, 학장, 이사등 학교내 "권력"행사를 할 수 있는 이들의 권력행사가 구조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 인사위원회의 역할
1) 채용공고안: 인사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전체교수들의 인준을 받으면 인사위원회는 "교수채용공고안 (position description)" 을 작성한다. 그 "교수채용공고안"은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게 구성이 되며, 이 공고안 역시 전체교수들의 인준을 받는다. 단어 하나 하나에도 세밀하게 신경을 쓰고, 전공분야가 다른 교수들도 이 채용공고안에 대하여 면밀하게 검증을 한다. 채용공고안이 최종적으로 전체교수들을 통해 인준을 받으면, 비로소 공식적인 채용 공고가 나가게 된다. 나도 미국 대학교에 지원할 때, 여러 대학의 교수채용 공고안을 점검하면서, 내가 해 온 것, 하고 싶은 것등을 면밀하게 검토 한 후 두 대학교에 지원을 했었다. 
2) 초기 서류심사: 채용공고가 나가면 지원자들이 지원을 한다. 그런데 이 지원서류에서 한국의 대학들에서처럼 이력서에 나와있는 경력들에 대한 “경력증명서”를 전혀 첨부하지 않는다. 특히 대학은 철저한 책임사회이기에 교수직 지원자가 자신의 경력을 조작, 확대 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서류는 한국에 비하면 의외로 단순하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나의 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력서(CV: Curriculum Vitae), 세 명 이상의 교수 추천서, 지원소견서 (Application Cover Letter), 그리고 자신의 대표적인 글 (sample writing)을 요구한다. 지원서를 통해서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며,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어떠한 교수철학 (teachingphilosophy)를 가지고 있는가를 잘 밝혀야 한다. 또한 교수추천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수 추천서는 칭찬 일색이 아니라 지원자와 어떻게, 얼마동안 알고 있으며, 또한 지원자의 학자로서의 자질,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곤 한다. 
3) 심사기준: 인사위원회 위원들은 모든 지원자들의 서류들을 면밀히 읽고서 지원자 개개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인사위원회에서 밝힌다. 대부분 세 분야로 평가를 한다: 1) 학문성 (scholarship); 2) 교수로서의 능력(teaching); 그리고 3) 사회/전공분야에의 기여도 (Service). 교수 한 사람 뽑기위해 어떤 때는 100~200 명 이상의 지원자들의 서류들을 분석하고 들여다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인사위원회의 위원이 되면 대부분 두 학기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인사위원회는 교수채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인사위원회의 구성이나 서류심사과정에서 어느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 (총장, 학장, 이사, 전공분야교수등)이 개인적인 영향권을 행사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미국대학교의 교수 채용과정에서 내가 알게된 놀라운 경험이었다. 한국의 대학 교수채용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들을 오랫동안 경험해온 나로서는 이 당연한 "상식"적인 사실들이 놀랍게 느껴졌다.  
3. 최종면접심사 (Final Campus Interview)
1) 초기 서류심사를 통해서 일단계 리스트가 작성이 된다.  그리고 인사위원회에서 기초인터뷰 (preliminary interview)를 위한 두 번째 리스트가 정해진다. 그 기초인터뷰 리스트를 가지고 학회모임에서의 면접심사나, 스카이프등을 통한 화상인터뷰를 통해서 세번째 리스트로 좁혀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사위원들은 자신이 선택하는 지원자에 대한 추천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분야(학자로서의 업적과 자질, 교수으로서의 자질, 사회와 전공분야에의 기여도)에 대한 분석을 하여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 마다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여 발표해야 한다.  대부분 이 세번째 단계를 거쳐 확정된 지원자 리스트는, 대학이 모든 경비를 대서 오게 하는 인터뷰 (campus interview)로 좁혀진다. 이 최종 리스트 (final list)는 대개 3명이며, 이 세명의 최종지원자들은 각기 다른 날짜에 (서로가 만나지 않도록) 약 2박 3일의 일정으로 학교로 초청되며, 물론 비행기 경비, 숙박과 식사 경비등을 일체 부담한다. 
2) 캠퍼스 인터뷰- 일정이 잡히면 학장은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지원자의 이력서와 sample writing을 보낸다. 지원자에게는 경우에 따라서 따로 "교수 철학 (teaching philosophy)"과  이전에 했던 강의요목(syllabus)등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한다. 지원자에 대한 “비밀보장(confidentiality)”의 정책을 재확인하는 항목을 반드시 집어넣는다. 즉 지원자들의 신원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다. 캠퍼스인터뷰는 지원자마다 2박 3일동안 빡빡한 일정으로 이루어지며. 교수, 학생, 직원 등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개강연, 교수들과의 인터뷰, 학생그룹과의 인터뷰, 나의 학교 같은 경우 석사과정학생들과 박사과정 학생들 그룹을 따로 만나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 전공분야과목에서 다른 교수시간에서 실제로 가르치게도 하고, 학장, 총장, 학사담당 부학장등 다양한 대학내의 구성원들과 각기 다른 인터뷰를 한다.
3) 지원자들에 대한 캠퍼스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그 인터뷰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 마련된 소견서 양식(feedback form)을 무기명으로 작성해서 제출한다. 물론 그러한 것을 작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학생들도 대부분 아주 세밀하게 지원자의 장. 단점들을 열거하는 것을 보게 된다. 교수들은 대부분 전원이 이러한 평가서를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며,  인사위원회는 이 모든 평가서들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교수들에게 공개한다.
4. 최종 결정
이러한 캠퍼스 인터뷰가 모두 끝나면, 인사위원회가 2명의 최종 지원자 추천을 전체교수회의에 가져 온다. 인사위워회 위원장은 캠퍼스 인터뷰를 한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들, 그리고 인사위원회가 선택한 최종지원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해서 전체교수회의에 가져온다.
교수회의에서 이러한 인사위원회의 소견서에 대하여 다각도로 오랜 논의를 거친 후 무기명으로 투표를 한다. 내가 일하는 대학교에서는 이제까지 지원자가 전체 교수의 “과반수”의 지지를 받으면 되었었는데, 2013 년 부터는 “2/3”의 교수지지를 받아야 최종결정을 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종신교수직 (tenure-track position)인 자리에 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평생을 함께 일할 교수이니, 과반수 정도가 아니라 절대다수의 인정과 지지를 받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최종적으로 2/3이상의 교수지지를 받는 지원자가 없으면, 교수채용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제 대학이 작년부터 실시하는 규정이다. ‘교수임용문제는 결혼상대 고르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이다. 결혼과는 달리 한번 교수로 채용하면 서로 맞지 않는다고 “이혼”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대학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학연, 인맥등이 실질적으로 가장중요한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볼 때에,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을 넘어서서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와 선택기준들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수용되어야 비로소 한국대학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보기에, 미국대학을 한 예로 드는 것이다. 이러한 교수채용과정은 빙산의 일각처럼 보여지지만, 사실상 한 대학내의 권력관계가 가장 집요하게 집중되는 곳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5. 미국대학의 교수채용에 없는 것과 있는 것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한국에서 교수채용때 제출하는 이력서와 미국 대학교에 제출하는 이력서의 분명한 차이이다: 1) 사진; 2) 나이/생년월일; 3) 가족상황/결혼유무.
물론 개인적으로 어쩌다 간혹 자신의 사진을 넣는 경우, 가족상황을 포함시키거나 생년월일을 포함하는 경우들이 있으나, 내가 이제까지 교수인사위원회에서 본 교수 지원자들의 수 백통의 이력서에서 사진을 넣은 것은 한번도 보지 못하였고, 나이나 가족상황을 표기한 경우는 한 두 통정도였던 것 같다. 즉 교수 채용과정에서 심사자들은 지원자들의 외모, 육체적 결함 정도, 인종, 나이등을 심사척도로 삼을 경우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외모차별주의(lookism), 성차별주의(sexism), 인종차별주의(racism), 육체적 능력차별주의(ableism), 또는 나이차별주의(ageism)등 다양한 차별을 지양하고, "교수"라는 직책이 요구하는 세 가지 사항들 (학문성, 교수 능력, 사회적/학문적 기여도)을 투명성, 공평성, 엄정성, 비밀성의 원칙에 입각해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 진다. 
어떻게 미국의 대학교에 교수로 일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빈번한 질문에, 이 긴 글이 일부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이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복잡한 실제 과정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 그 만큼 교수채용이 미국의 대학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 본 글은 강남순 교수가 1월 10일(토) 자신의 페이스북 노트에 올린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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