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하나님은 고통의 시간과 장소에서 존재 드러내”

한국조직신학회, 제56차 신진학자 학술발표회 열어

▲한국조직신학회(회장 허호익)는 지난 1월12일(월) 오전 경기도 부천시 서울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제56차 신진학자 학술발표회 및 2015년 신년하례회>(이하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공동취재단 

한국조직신학회(회장 허호익)는 지난 1월12일(월) 오전 경기도 부천시 서울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제56차 신진학자 학술발표회 및 2015년 신년하례회>(이하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관표 박사는 “부정성을 통한 신-인 관계의 재구성: 죽음과 무의 현대적 이해와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신과의 관계를 풀이해 주목을 끌었다. 
이 박사는 하나님을 “비존재의 상대개념도, 존재의 상대개념도 아닌, 존재와 비존재의 대립을 초월하고 포괄하는 근원적인 무(無),” “그 본성상 일체의 상대마저도 넘어서는 절대 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신을 무와 연관시키는 우리의 작업이 이미 유대-기독교 전통 안에서 강조되고 있는 우상파괴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간은 “그의 죽음을 통해 비우는 자,” “죽음을 삶 안에 껴안고 있는 역설적인 존재자”이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박사에 따르면 “죽음을 통해 인간은 고착된 존재가능성들을 포기하고, 철회하며, 부숴버림으로써 자기를 비울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하고, 그래서 인간은 세계 안에 있는 빈자리로서 현상한다”는 것이다. 다시 풀이하면 “인간은 죽기 때문에, 스스로의 고착됨을 비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즉 다른 존재자들 및 신적인 것, 성스러운 것, 궁극적인 것 등이 비로소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 열린 빈터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죽음을 삶에 껴안고 있는” 인간존재의 역설은 신이 자신을 드러내는 여지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이 박사는 “그(하나님)는 자신의 무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앞서의 출애굽기의 말씀처럼, 종으로 잡힌 자들, 그래서 죽음에 직면해 있는 자들의 신음을 듣고, 은폐의 무로부터 자신을 탈은폐하여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어 알림으로써 이제 그들과의 언약을, 즉 그들과의 관계를 기억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인간이, 신이 부재하는 세상의 시련과 환란, 그리고 고난과 죽음 등에 처해 있는 바로 그 고통의 때, 그 고통의 장소에서 ‘무로서의 하나님’ 이 자신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이러한 인간의 부정성 안에서 스스로를 알려오는가? 이 박사는 “‘무로서의 하나님’이 인간이 당하는 비움의 고통을 알고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다시 한 번 인간 존재를 살펴보자. 이 박사는 “인간은 죽음을 통해 나약하고, 깨어질 수밖에 없는 철저한 부정성의 존재”라면서 “특별히 인간이 이처럼 부정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죽음을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 그래서 그는 항상 고통에 처해있을 수밖에 없어서”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은 고통의 시간과 고통의 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그가 우리의 고통보다 먼저 자신의 무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겪고 있어서다. 이 박사는 이 대목에서 “무로서의 하나님은 부정성의 고통을 우리보다 앞서 경험하고 있는 분이며, 그래서 그는 우리의 부정성의 고통을 잘 알아, 불쌍히 여김으로써 우리의 고통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계신다”고 강조한다. 
인간 존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분명해졌다. 언제 어디서 자신을 드러내실지 전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오심과 그분이 채워주실 더욱 충만함을 희망하고 준비하며,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이 박사는 그 이유를 “왜냐하면 환란과 고통 안에 놓여있는 죽음과 무의 경험이야말로 궁극적인 무로서의 하나님이 이미 우리의 고통스러운 무적 상황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으로 들었다. 
메가처치 현상, 윤리적 패배
이번 학술발표회에서는 메가처치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대전침례신학교 신광은 박사는 “메가처치 현상에 대한 교회론적 고찰”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메가처치라는 용어는 ‘큰 교회’ 혹은 ‘대형교회’라는 용어로 대체되기 어렵다. 그러한 용어들은 전통적인 교회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메가처치가 새로운 교회상을 지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신 박사는 그러면서 “메가처치는 전통적인 교회상과 비교해 봤을 때 단순히 ‘큰’(big) 교회가 아니라 ‘너무 큰’(too big) 교회”라고 꼬집었다. 
신 박사는 더 나아가 메가처치화가 한국교회에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 박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에 메가처치 현상이 팽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하나의 그리스도의 공교회’라는 인식의 부족을 들었다. 즉 개신교회가 “이웃 교회를 하나의 그리스도의 몸에 함께 접붙임 받은 지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타자화다. 즉, “이웃 교회를 타자화하고, 경쟁자로, 심지어 적으로 간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신 박사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언명에 빗대 “모든 교회에 대한 모든 교회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신 박사는 개교회 중심주의가 한국교회의 비약적 성장을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지상주의에 빠지지는 않는다. 신 박사는 “이러한 성장은 리차드 니버(Richard Niebuhr)가 말한 대로 ‘창시자의 가르침을 무시함으로써’ 얻은 외견상의 성공이며, 하여 그것은 윤리적 패배”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직신학회 허호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보다 많은 회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학회에 참여하고 한국교회의 현안이 되는 신학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명실상부하게 한국교회를 섬김으로써 신학적 공헌도를 높이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섬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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