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나비 회장 김영한 박사 ⓒ베리타스 DB |
논평서는 현대사회가 보육시설에서 아동을 돌보는 상황을 조장하기는 하지만 “가장 좋은 육아와 자녀교육은 엄마만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야만 “아동보호의 질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번 사태의 개선책으로서 “보육교사 자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점과 “정부의 양적 보육 정책이 어린이 학대 사건을 초래한 점을 반성”할 것, 그리고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소셜 워커와 전문심리상담가등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하고 정기적인 토의”를 갖거나 “아동을 양육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모들의 품앗이로서 육아공동체를 만드는” 등의 질적인 대책도 강구할 것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폭력사회로 치닫는 한국사회에 평화의 종소리가 되어...아동폭력에 대한 의식개혁을 주도”할 것을 주문했다.
아래는 논평서의 전문이다.
양질(良質)의 보육제도와 양질의 교사만이 양질의 보육활동을 보장한다.
지난 8일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4살 난 원생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어린이집 4살짜리 여아의 폭력장면은 국민들의 정서에 지울 수 없는 충격을 남겼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는 경악하고 있다. 혹 자신의 자녀도 폭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부모들의 의심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과거 어린이 폭력 사건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양모 교사와 원장의 구속 그리고 어린이집 폐쇄 등의 조처와 이러저러한 처방들이 여기저기서 시급하게 제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 대책’을 통해 한 번이라도 아동 학대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원장과 교사는 영원히 퇴출시키겠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땅의 평화를 갈망하는 ‘샬롬나비’(‘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상임대표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는 충격적인 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1. 육아와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육아와 자녀교육은 엄마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은 남자가 할 수 없는 일이며 어떤 특별한 육아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와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서로 소통해 왔고 해산의 고통 역시 아기와 함께 겪어왔다. 적어도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5~6세)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고 모성몰두를 줄 수 있는 사람 역시 엄마다. 엄마는 아이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언어적, 즉 정서적으로 아이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교육이 아니라 이러한 엄마와의 정서적 교감과 사랑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보편적 사실이다. 사회적인 변화와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현대문명의 실정상 아이를 누군가에, 그리고 어떤 기관에 위탁한다는 것은 차선책이고 어떤 제도도 아동폭력의 문제는 항존한다는 사실을 우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의 차선책에서도 아동보호의 질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보육교사 자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양질의 아동교사들을 양산한다는 것이 교육이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양질의 교사는 어릴 적 교사의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받은 상처는 성인이 된 후 다른 어린 아이에게 같은 상처를 반복해서 입힌다는 사실은 수 없이 임상으로 증명된 바다. 통제받지 않으려는 어린아이들의 어떤 특별한 반응에 교사들의 상처를 자극하게 되고 교사는 순간 절제할 수 없을 정도의 이상행동을 할 수 있다. 자신이 귀하게 자라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길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떤 교사들을 좋은 교사로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서 실제 그 상처를 재현하고 다시 경험하고 치료해야하기 때문이다. 임상심리테스트나 분석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고 분석이나 치유를 통해서 양질의 어린이 교사를 만들 수 있지만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하고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누군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보호하는 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보육교사를 채용할 때 그가 양질의 교사인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육교사와 유아교육 종사자들에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양질의 교사배출을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사회의 인성적 여건이 중시되는 선진 국가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분(公憤)을 삭이는 처벌 강화에만 머물지 말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과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보육교사 자격을 강화하고 CCTV를 설치하는 대책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보육료 현실화, 교사 처우 문제, 교사 양성 기관 문제, 교사 수급 문제, 원장과 교사의 자질 및 인성을 높이는 방법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3. 정부의 양적 보육 정책이 어린이 학대 사건을 초래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어린이집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정책 실패’부터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무자격자’가 대거 어린이집 원장·교사가 될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췄다. 수년 전엔 일부 지자체에서 어린이집을 ‘여성이 창업하기 좋은 사업’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맞벌이 가정이 느는 데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 사업으로 보육 기관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 예산으로 해결을 못하니 민간에 그 역할을 맡겨온 것이다. 그 결과 어린이집은 20여년 만에 5천 곳(1993년)에서 4만3천 곳(2015년)으로 급증했다. 어린이집 무상 보육에 작년에만 나랏돈이 6조원 넘게 들어갔다. 무상 보육 도입 이후 어린이집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시스템에서 아이 훈육하는 방법을 모르고 스스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일부 사람들까지 걸러지지 않고 보육 교사가 되는 것이다. 정량 중심의 현행 평가 인증 제도는 식당의 위생 평가와 다를 바 없다. 교사와 아동 간의 상호작용, 학부모의 의견 반영 여부 등 보육의 ‘질’에 대한 평가 항목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4. 아동폭력근절을 위해 제도적 접근보다는 질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
이번 어린이집 폭행사건에 대해서 정부의 대책으로는 국, 공립 어린이집 확충, 영세한 민간어린이집의 퇴출, 과감한 구조 조정 등의 제도적인 접근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제도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대책이다. 소셜 워커와 전문심리상담가등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하고 정기적인 토의를 갖는 유럽의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CCTV 도입 등의 감시체계로 교사들의 감정을 억압시키는 일은 아동에 대한 무관심과 이러한 대책에 대한 교사들의 사기저하는 다른 모양의 아동학대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CCTV는 일부 결과만을 보여준다. 안 보이는 곳은 결국 교사의 자질과 인성, 믿음으로 채워야 한다. 부모들이 느끼는 ‘보육 공포’만큼이나 보육교사들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신뢰와 존중이 무너진 교육은 제 역할을 도모하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호들갑으로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진심으로 아동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의욕에 돌을 던지는 일도 삼가야 한다. 아동을 양육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모들의 품앗이로 육아공동체를 만드는 일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아동교육에 대한 잘못된 부모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자녀교육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질적 제고를 제도화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5. 한국교회는 아동폭력에 대한 의식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전한 공동체성을 위협한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학대와 폭력은 성장한 이후에도 씻기 어려운 정서적 상처를 낳고 가정과 사회의 고통과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어린이는 하나님의 형상이며, 예수께서도 축복하시고 존중하신 대상이다. 이들은 인격적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가정과 사회에서 특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돌봄을 받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가정과 사회 안에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고 돌보는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만들고, 가정과 지역사회 및 국가와 연대하여 만연해 가는 아동폭력에 대한 의식개혁과 제도 개선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이번 아동폭력 사건은 어린이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맘모니즘과 물질의 노예가 되어 자녀들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모든 부모의 책임이며,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사회를 깨우고 건강한 문화와 사회 세우기에 본을 보여주기보다는 기복신앙을 부추기고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여 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한국교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폭력사회로 치닫는 한국사회에 평화의 종소리가 되어야 한다.
2015년 1월 21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http://www.shalomna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