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 속에서 존재한다. 아니,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성서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세상 속에 존재해야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갖는다. 세상의 어둠을 비추고, 살 맛 나는 세상을 위해 맛을 내주는 역할을 할 때야 교회가 교회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교회가 중산층화되면서 갖가지 편의시설을 운영 중이다. 예배 시 아이들을 맡기기 위한 보육 시설은 물론, 예배 후 신도들끼리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친교를 나누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또 교회에 따라선 주차장 같은 시설물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시설물을 운영하고, 교회 밖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이에 교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각 개인에게 편의시설 이용에 따른 비용을 내줄 것을 완곡하게 호소한다. 시설물 운영수익은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귀하게 쓰인다는 권면은 교회가 내세우는 단골메뉴다.
이런 점이 교회의 존재의미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단, 시설물 운영을 돈벌이에 목적을 두지 않은 한에서, 그리고 시설물 운영에 따라 거둔 수익의 일부를 조세로 사회환원하는 한에서만 말이다.
선한 목적의 돈은 납세의무에서 자유?
▲마포구 소재 ㄱㄷ교회. 이 교회 건물에 딸린 주차장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교회 출석 여부와 관계 없이 월정액을 내고 주차를 한다. 교회 측 관계자는 "지역 주민에게 이용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지 영리 목적의 주차장처럼 운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그러나 교회마다 시설 운영수익을 선한 목적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세금납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가 의외로 강하다. 물론 앞서 지적했듯 시설물 운영을 위해선 비용이 불가피하게 들기 마련이고, 교회가 신도들의 헌금으로만 이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법이 운영 수익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교회는 응당 이를 따라야 한다.
그 이유는 첫 머리에 지적했듯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고, 따라서 세상의 가치 규범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혹, 하나님의 법의 우위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세상의 가치 규범도 따르지 못하면서 상위법인 하나님의 법 운운할 수는 없는 이치에서다. 보다 근본적으로, 교회가 구내 카페를 운영하면서 메뉴 별로 가격을 매겨 음료를 판매하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행위 자체가 예수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 서울 서초동 모 대형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대포통장을 개설해 교회 부대시설 운영 수익을 빼돌리는 일이 버젓이 횡행하기도 한다.
지난 해 말 종교인 과세 문제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문제는 대형교회의 압력과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한계로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나 교회가 편의시설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이미 현행법에서 과세 대상으로 규정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교회는 법에 따라 국세청에 수익사업 개시 신고를 한 뒤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디 수익금 가운데 일부가 세금으로 떨어져 나간다는 생각은 말아주기 바란다. 교회가 국가에 납부한 세금 역시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귀하게 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