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금융자본은 자본주의 파쇄공…칼빈 근로사상 봐야”

신학 공부하는 경영가 김상경 대표 인터뷰- 1부

[편집자 주] 참된 노동의 가치로부터 일탈된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자체를 스스로 위협한다. 막스웨버가 갈파하였듯 칼빈의 건전한 근로사상이 자본주의의 바탕이 되었음에도 이 시대 자본주의는 종종 악으로 분류된다. 이 시대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의 신성함을 찾을 수 있는가?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경영을 하고 있는 김상경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 안에서 일상의 신앙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신앙적 생활 속에서 기독교 신앙인의 모습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노력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사업을 토대로 영성공동체 교회를 설립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신학 공부를 하는 경영가 김상경 대표는 "참된 노동의 가치 안에서 참된 신앙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베리타스

이인기 국장(문):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을 지역인데 이 회사에는 관계된 사람이 없는지요? 
김상경 사장(김): 없습니다. 하지만,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시간이 지난들 아물겠습니까? 그 기운이 여전히 안산 지역을 둘러싸고 있지요. 저로서나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기도밖에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모든 일이 무질서 때문에 생기지 않았겠어요? 절차나 규칙을 무시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태도가 이런 무질서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뇌물이 통하는데다가 뇌물이 관행이 되어버리면 질서의식은 없어집니다. 저의 회사에서는 납품과 관련해서 그런 시비가 없도록 개방된 장소에서 투명한 거래를 하는 풍토를 안착시켰습니다. 신앙의 힘입니다.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무질서한 짓을 할 수가 없지요. 
문: 자연스럽게 회사 운영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동산교회에서 집사로서 활동하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신앙적인 지침이 있으신지요?   
김: 저의 회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자동차 부품을 사출, 성형, 압착  가공하는 사업을 합니다. 올해 매출 목표가 180억 정도입니다. 이 일을 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저는 돈을 어떻게 성서적으로 벌며 하나님의 뜻을 쫓아서 사업을 할까를 늘 고민합니다. 연세대 신학대학원의 졸업논문도 그런 주제로 작성했는데, 현대에 들어 자본주의가 잘못 이해되고 있는 사실에 논점을 맞추었지요.   
‘카지노 자본,’ 자본주의 파쇄 
문: 예를 들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는 다른 모습을 포착하신 것이겠군요?   
▲김상경 대표는 땀 흘려 일하는 자본이 아닌, 금융자본 즉 ‘카지논 자본’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파쇄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칼빈의 근로사상을 다시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베리타스 
김: 네, 그렇습니다. 칼빈의 근로사상이 건전한 자본주의의 본 바탕인데, 오늘날 금융자본은 그러한 본 바탕을 온통 흐려놓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은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정신을 파쇄하는 세력이라 생각합니다. 건물을 부수는 파쇄공과 같아요. 땀 흘려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즉, ‘카지노 자본’은 자본주의에 대한 파쇄공입니다.  
저는 자기 사업을 오래도록 지속적으로 수행해서 그로 인해 축적한 소득을 자본이라고 정의합니다. 단기간의 소득은 투기입니다. 시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전문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서 쌓아올린 것을 진정한 자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 그런 자본이 변질되어 돈이 돈을 버는 양태를 만들게 된 것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몰골입니다. 정직하게 땀 흘린 대가를 추구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은 저에게도 그러하고 직원들에게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신학도 공부하고 종교학도 공부하고 경영학도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흔적이 온 몸에 배도록 했고 그러한 습관이 바탕이 된 직업 활동을 추구해왔습니다. 
문: 그러면 직장생활을 청년 시기부터 시작하신 모양입니다? 공부한 이력도 길고, 또한 이만한 사업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 투기가 아닌 방식을 추구해오셨다니 그런 추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네, 맞습니다. 군대 제대 후부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7살 때 돌아가셨는데 그때부터 저는 어머니와 형님의 보호아래 자랐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서는 군대를 제대하고도 어렵게 지냈지요. 제대한 후 80년대 초반에 태백 지역의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받은 봉급이 24만원이었는데 22만5천원을 적금을 넣으며 저축했습니다. 이러저러해서 3년만에 1천만원을 모았지요.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신학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때가 서른 살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신앙생활의 과정에서 때가 되면 나를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졸업을 한 뒤에 전도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전도사 봉급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 3학년 때 결혼한 저로서는 사업을 먼저 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게 되었습니다. 
문: 그러면 신학을 다시 공부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신학을 공부한 신학도이기도 한 그는 사업을 경영하면서도 종교학, 신학에 대한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신학을 공부한 동기에 대해 "신앙의 분별력을 갖고, 신앙적으로 재무장 하여 다가올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사진=베리타스 

김: 사업을 하는 동안 저는 늘 목회를 재개할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교학을 배우고 경영학을 배우고 연세대 신학대학원에도 다니게 된 것입니다. 종교학을 배운 것은 기독교를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였고 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 경영학을 배웠습니다. 숭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그 뒤에 연신원에 들어갔습니다. 그 동기는 만일 하나님께서 내게 재물을 주신다면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어떤 곳에 사용할 것인지를 제대로 분별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앙적으로 재무장을 해야만 다가올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문: 그러한 신앙은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셨는데, 어머니가 기도를 열심히 하셨던 모양입니다.   
김: 저는 신앙생활을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왔습니다. 어머니와 큰 누님의 기도가 저의 신앙생활을 유지하게 만든 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콩나물 장수를 했었는데 새벽기도를 마치고 오신 뒤 아침 6시 이후부터 일을 나가셨지요. 사실 큰 누님이 어머니보다 먼저 교회를 다니셨고 어머니를 전도하셨습니다. 두 분 다 기도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문: 그렇군요.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 회사를 운영하신지 2년이 되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다른 회사도 경영하고 계신 것입니까? 
김: 네, 식품회사를 하나 더 경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키워왔던 사업체입니다. 지금 이 회사는 2년 전에 인수한 것입니다. 
문: 공부를 꾸준히 해오시면서 사업도 두루 성공시키려면 보통 힘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셨는데, 이후 계획은 무엇인지요?  
김: 사업을 키워가면서 하나님께서 이 사업을 통해 무슨 일을 저에게 시키실까를 고민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보다 전문성을 갖고 사역을 할 수 있으려면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선용할 수 있는 통로로서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금년에 독립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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