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쿼바디스>의 연출자 김재환 감독을 본지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교회가 당신네들 영업장입니까?”
김재환 감독이 자신의 세 번째 작품 <쿼바디스>를 통해 대형교회에 던진 돌직구다. <쿼바디스>에 등장하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삼일교회 전병욱 전 담임목사,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등은 이런 문제제기가 무척 불편했을 것이다. 실제 사랑의교회, 그리고 주로 대형 보수교단의 입을 자처했던 한국교회언론회 등은 압력을 행사해 영화 상영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쿼바디스>는 이런 외압에 굴하지 않고 극장가에 2개월 넘게 상영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월14일(토) 현재 20,592명이 이 영화를 봤고, 지난 13일(금)엔 IPTV와 포털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외압설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이후 외압은 사라졌다고 했다.
“외압설 보도 이후 외압은 뚝 끊어졌다. 특히 이 큰 기여를 했다. 뉴스룸 보도 이후 외압은 해소되다시피 했다. 외압 당사자들이 잘못 건드렸다간 사회적으로 큰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 같다. 제작자인 내가 두렵다기보다 사회적 반발 여론에 두려움을 느꼈다는 의미다.”
사실 교회 안팎에서는 한국 교회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쿼바디스>는 이런 공감대를 끄집어 내 영상언어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김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이다.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
“기독교인들의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은 기독교인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나 교회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 또 교회 안팎에서 사회법의 잣대를 들이대 문제를 제기했다면, 교회는 신앙적인 특수성을 내세워 ‘교회를 흔든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반면 이 영화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한 번은 교회에 겁을 줘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사회 분위기가 차갑고 냉정하다는 생각에 그러지 않았다. 사회 일반이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 <쿼바디스>보다 훨씬 냉혹하다.”
한국 교회가 짠 맛을 잃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의 대형화, 권력화에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기독교 내부에서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자연스런 결과다. 일부 교회나 교계 단체들이 <쿼바디스>에 압력을 행사한 일도 이 같은 현실의 극명한 단면이다. 김 감독은 이런 현실에 안타까워 할 수만은 없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의 심경 고백에서 강도 만난 이웃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뻗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심정이 느껴졌다.
“늘 한국 교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제기는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누군가는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
아마도 나 이전에 한국 교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던 분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작품으로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두려움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먼저 제작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영화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으로 ‘왜 내가 문제제기를 해야 하느냐’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자신도 <쿼바디스>를 제작한다고 하니까 소송 등 고통스러운 상황이 뒤따를 것이라며 주변 지인들이 만류했다. 인간은 두려움과 싸우는 존재다. 난 영화를 통해 목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 목사님들이 두려움과 싸워야 할 차례다.”
<쿼바디스>, 후속작 제작의 마중물
이런 감독의 기획의도에 대해 한국 교회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김 감독에 따르면 온도차가 극명했다. 교회의 반응을 살펴보면 분명 <쿼바디스>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소모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이다. 그보다 한국 교회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든 순기능을 낳았다.
▲김재환 감독은 영화 <쿼바디스>가 "후속작 제작 시도의 마중물"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
“반응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 같다. 단체로 관람을 한 뒤 어떤 제목을 놓고 기도해야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교회를 지향해야 하는지 토론하는 교회가 있었다. 반면,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영화는 위험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밖에도 반응은 다양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60~7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했던 집사, 권사님들의 반응이었다. 이분들은 그동안 다니는 교회가 아무 문제없고, 자신의 신앙생활에 무리만 없으면 된다고 여기신 분들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 교회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가리고 싶었던 욕망 등은 생각한 적이 없던 분들이었다는 뜻이다. 사실상 한국 교회를 지탱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 한국 교회의 다양한 문제와 교회의 방향성을 고민했다는 데 감명을 받았다. 또 기독교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존재함을 알게 됐다는 비기독교인의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쿼바디스>는 한국 교회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처음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놓고 토론하고자 하는 콘텐츠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대형교회들이 단체관람을 올만한 영화가 아닌,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쿼바디스>가 비슷한 주제의 후속작 제작 시도의 마중물이 된 것 같다.”
김 감독은 앞서 두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성도들에게도 두려움을 극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교회 내부에서 교회의 대형화, 권력화 경향에 대한 감시 및 견제의 목소리가 더욱 강력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성도들도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 치부가 불거지면 도려내고 떨쳐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엔 치부를 드러내는 일을 믿음 없음과 동일시하고, 되려 치부를 감춰야 체면과 위신이 선다는 사고가 팽배하다. 이런 사고는 치부를 곪아 터지게 할 뿐이다.
교회 밖으로 눈을 돌려 보자. 막강한 재력과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세력은 반드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런데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교회를 향할 때마다 교회는 ‘종교탄압이다’, 혹은 ‘반기독교 세력이 교회를 흔든다’는 식의 논리로 방어해왔다. 이제 교회 안에서 교회의 부조리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더욱 강력하고 날카롭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