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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노트] 내가 지금 씨름하고 있는 “물음”은 무엇인가

▲강남순 교수 ⓒ베리타스 DB
내가 러닝머신에서 운동할 때 마다 종종 즐겨보는 방송이 있다. 그것은 "챨리 로즈 쇼" 인데, 챨리 로즈 (Charlie Rose)라는 사람이 하는 인터뷰 방송이다. 그는 1942년 생이니 현재 73살이지만 1991년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그의 "챨리 로즈 쇼"에서 그는 지금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의 방송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정치, 경제, 종교, 문화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의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보면 출연자들의 다양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의 방송을 즐겨보는 이유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가 아니라, 바로 그가 던지는 질문방식이다.

그는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들이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연기"가 아니라, 무수한 층들을 지닌 한 "인간"으로 드러나게 하는 "질문"들을 한다. 그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수십년 이러한 방송을 한 방송인으로서의 틀에 박힌 매너나 어떤 상투적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반복적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앞에 있는 그 고유한 사람의 고유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들여다보는 자세로 질문을 생각하고 던진다. 한 사람이 지닌 수 천의 신비한 층들에 대한 호기심과 독특한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하는 듯한 시선과 자세로 그는 상대방의 눈빛속으로 질문들을 진지하게 던진다. 이 점이 챨리 로즈가 지닌 매우 독특하고 귀한 개성이라고 나는 본다.
2월 19일 <챨리 로즈 쇼>는 오스카 상에 후보로 지명받은 15개의 영화들과 관련된 사람들 (감독, 배우등)과 짧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방영되었다. 챨리 로즈의 질문들을 통해서 그 배우들/감독들은 "직업인"만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철학과 고민이 있고 또한, 아픔과 상실의 경험이 있는 한 "인간"임을 드러낸다. 그 배우들은 다양한 방송매체들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인터뷰들을 할 텐데, 아마 챨리 로즈가 던지는 질문방식과 질문 내용들을 만나는 경우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기초에 첫 시간이면 학생들은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물론 이렇게 강의실에서의 자기소개란 늘 일정한 틀속에서 진행되곤 한다. 자신의 이름, 현재 공부하고 있는 과정, 이 학교에서 공부한 시간, 현재 하고 있는 일--정도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틀에 밖힌 자기소개로 내가 정작 그 학생에 대하여 알 길은 없다. 그래서 종종 쓰는 자기소개 방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음의 방식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내가 현재 씨름하고 있는 물음이 무엇인가?"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소개 한다는 것은 단순한 듯 하지만, 사실상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타자에게 건네는 질문들을 통해서 나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세계의 내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자신이나 이 세계에 던지는 질문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는 "답"을 가져오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물음"을 묻는이들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해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좋은 물음 묻기"를 배우는 것이라는 것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우리는 지금 어떠한 물음과 대면하고, 씨름하고 있는가.
※ 본 글은 강남순 교수가 2월 24일(화) 자신의 페이스북 노트에 올린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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