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에 하루종일 논란이 뜨거웠다. 여론조사 결과 ‘잘못한 결정(간통죄 유지)’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9.7%, ‘잘한 결정(간통죄 폐지)’이라는 응답이 34%를 기록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JTBC뉴스룸 캡쳐 |
2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2월26일의 뉴스 키워드는 ‘간통죄 위헌’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간통죄에 대해 첫째,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제한하며” 둘째, “간통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국민인식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셋째,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박한철 소장,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 등 7명이 위헌의견을 냈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 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번 헌재 판결에 따라 간통죄는 62년 만에 사라졌다.
여론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성이 문란해진다”는 반대 의견과 “불륜을 저지르고 싶었는데 간통죄 때문에 참았나? 서로에 대한 사랑은 각자의 문제이지 국가가 개입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런데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잘못한 결정(간통죄 유지)’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9.7%, ‘잘한 결정(간통죄 폐지)’이라는 응답이 34%를 기록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응답자 가운데 50대와 60대가 각각 53.5%, 53.2%를 기록해 노년층의 거부반응이 두드러졌다.
기독교계의 반응도 역시 판이했다. 보수교단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교회언론회는 즉각 논평을 내고 “간통죄가 폐지되므로 우리 사회에서 도덕과 윤리가 무너져 무분별한 성적 행위에 대한 무책임과 방종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생활 비밀 보호와 성적 자기 결정권 존중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도덕과 윤리의 테두리 안에서와 사회구성원들의 동의 가운데 되어져야 하며, 또한 성적 자기 결정권만 존중될 것이 아니라, 책임도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도외시한 결정이라는 것”이라면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간통죄 논란에 앞서 교회개혁이 먼저?
반면, 정언향교회 권영진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통죄가 있어야 유지될 가정이라면 일찌감치 접는 게 낫다. 현실적으로 간통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기독교는 간통죄 폐지를 반대할 일이 아니다. 교회는 악법은 폐지시키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권 목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간통죄는 불륜에 대한 처벌 수단에 불과했다. 간통죄 존폐와 가정의 유지는 별개”라면서 “교회의 역할은 가정을 유지하는데 앞장서고, 만약 가정이 깨졌을 때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 신학자의 의견은 어떨까? 총신대 강사인 강호숙 박사는 “아직 간통죄 위헌결정에 대한 전문을 읽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 자신 성윤리에 대해선 보수적인데다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상관없이 간통은 책임윤리에 저촉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간통은 신학적으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예수께선 음욕을 품어도 이미 간음했다고 하시며 마음의 문제까지 다뤘기 때문이다. 예수의 공생애 시기, 여성은 이혼할 권리가 없었기에 요한복음 8장에 기록된 간음한 여인 외엔 구체적인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성이 개방됐고, 전병욱 목사의 사례처럼 목회자의 성범죄에 대해 교단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상황이라도 해도 간통은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 공히 양심의 가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박사는 “거룩해야 할 교회공동체가 이번 헌재 판결에 재심청구 성명이라도 내야 마땅하지만, 현재 교회가 오히려 더 부패했기에 문제제기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