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기총-한교연, 이례적 한 목소리…여론 “냉담”

지하철 9호선 역명 개정 요구

▲한기총과 한교연은 지난 27일(금)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공동기자 회견을 열어 “행정원칙과 시민 정서를 무시한 잘못된 결정이므로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제공=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이 지하철 9호선 역명을 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는 오는 3월28일(토) 개통되는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929정거장 명칭을 ‘봉은사역’으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이 두 단체는 지난 2월27일(금)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공동기자 회견을 열어 “행정원칙과 시민 정서를 무시한 잘못된 결정이므로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봉은사역으로 명명한 곳은 서울 코엑스 사거리로서 봉은사와는 120m나 떨어져 있는데다... 역이 인접한 코엑스는 매일 10만여 명이 드나들고 국제적인 회의와 박람회 등이 연간 3천 건이 넘게 열리는 주요 사회기반시설임에도 특정 종교사찰의 이름을 역명으로 결정한 서울시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어 ‘역사에 인접하고 있는 고적, 사적 등 문화재 명칭,’ ‘이전 우려가 없고 고유명사화된 주요 공공시설물,’ ‘지역을 대표하는 다중 이용시설 또는 역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지역명칭,’ ‘시설물이 대표 지역명으로 인지가 가능한 시설명’을 쓰도록 규정된 역명 제정원칙을 들어 “봉은사역을 코엑스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교편향 논란을 의식한 듯 “특정종교와의 갈등이나 종교편향으로 비쳐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행동계획도 제시했다. <국민일보>는 2월28일(금)자 보도를 통해 한기총과 한교연은 역명이 개정될 때까지 양측이 공동 대응하고 서울시 강남구교구협의회의 ‘봉은사역명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항의방문을 하고 그래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교계 중심으로 서울시의 모든 행정 지침 및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한 목소리를 낸 건 무척 이례적이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지난 해 8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교연에 대해 조건 없는 복귀와 복귀 후 허심탄회한 대화에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치가 일반 여론에서는 교회의 집단 이기주의로 비친다는 점이다. 
모처럼의 교회 일치, 본 목적은 힘자랑? 
밑바닥 여론을 생생히 보여주는 소셜네트워크 타임라인은 역명 개정 주장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왔다. 트위터 아이디 @wajang*****인 네티즌은 “서초역은 사랑의교회역으로 바뀌는 것인가?”고 의문을 제기했고 @qwas******인 네티즌은 “전국에 사찰 이름 들어간 역 전부 빼고 ‘순복음교회 앞, 00교회앞’이라는 버스정류장 모두 빼는 것으로 맞교환 해보자. 누가 먼저 곡소리 내는지”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에서도 규탄은 이어졌다.  
아이디 ‘백**’인 페이스북 유저는 자신의 담벼락에 총신대역 지도를 올려놓은 다음 “개신교계는 <총신대역>이 사실은 예전에 <이수역>이었다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 무려 1.67km나 떨어져 있는데, 왜 <이수역>이 아니고 <총신대역>일까? 교계가 먼저 이런 비합리적인 내용부터 올바로 잡고 주장을 해야 할 텐데, 막무가내로 우기고, 떼를 쓰면 자기 뜻대로 되는 줄 아는 후안무치는 대체 어디서 배워먹었을까? 이번 기회에 <총신대역>을 없애고, 다시 <이수역>으로 바꾸자. 그게 합리적이겠지?”라고 적었다. ‘Jouhan***’인 유저는 한기총-한교연의 불복종 운동 방침에 대해 “부끄럽다. 목사들은 세금부터 내고 권리도 주장하라. 사랑의교회가 서울시민 소유 땅은 무단으로 점거사용해도 괜찮고 그깟 역 이름 하나로 이렇게 어지럽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속도 좁고 식견도 천박하고, 아이들 땅따먹기도 아니고. 유치하고 천박한 한기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교회 보수교단을 자처하는 두 단체의 일치와 연합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집단이기주의 수준에 그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은 지난 2월 종교실태 조사를 통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의 경계보다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 경계가 더 명확히 나타난 점”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일치 역시 기독교의 괴리를 드러내준 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개신교계는 툭하면 힘 자랑질”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일갈은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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