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화)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C관에서는 <전병욱 목사 고소에 대한 입장과 평양노회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제공=이진오 목사 |
3월10일(화)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C관에서는 <전병욱 목사 고소에 대한 입장과 평양노회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엔 『숨바꼭질』 책임편집자이자 온라인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이하 카페) 운영자인 이진오 목사, 삼일교회 이광영 장로, 나원주 장로, 『숨바꼭질』 공동 편집자 권대원 씨, 이미정 씨 등 피고발인 외에 피고발인의 법률대리인인 유정훈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전병욱 목사 측이 제기한 고소고발의 실체, 전별금 및 전 목사와 삼일교회 사이에 오간 이면합의, 그리고 예장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의 재판이 무산된 경위 등 전 목사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전 목사 측의 고소고발에 대해 피고발인 측 유정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특징은 ‘대리고소’”라고 규정했다. 유 변호사는 “원래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 모욕은 친고죄여서 모두 피해자의 처벌의사 유무가 기소 및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데 이번 고소고발의 경우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전 목사 본인이 아니라 측근 내지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 목사 측 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홍대새교회 이 모 집사는 “교회 이미지 내지 홍대새교회 성도들의 자존심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자청해서 고소인으로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변호사는 “(전 목사 측이) 삼일교회 당회에 대해 전별금 지급관련 내용 중 ‘2년간 목회금지, 2년 후 수도권 목회금지’를 약속한 적이 없으며, 성중독 치료부분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성범죄에 대해선 ‘사실확인이 안된 것이다’는 취지의 주장은 있지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소장 전반에서 송태근 신임 담임목사가 부임하는 과정에서 삼일교회 교세가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응책, 혹은 면책을 위한 수단으로 카페를 개설하고 『숨바꼭질』을 펴내는 등 일련의 조치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전 목사에 대한 명예훼손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전하면서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삼일교회 측은 전 목사 측이 목회금지 약속을 허위라고 주장한데 대해 강력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 교회 이광영 은퇴장로는 “전 목사가 2년간 개척금지를 약속했고 성중독 치료비 등을 받아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안받아갔다고 하면 되는가?”하고 되물었다. 나원주 장로의 이야기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나 장로는 “전 목사에 지급할 퇴직금이 정리되고 나서, 한 달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2시경 일어나 기도하면서 그의 성추행이 병이라고 결론지었다. 전문의들도 비슷한 조언을 했고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도 했다. 이에 전 목사 문제가 삼일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병을 얻은 만큼 교회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마지막에 이야기(성중독 치료비 지급)를 했고 장로들도 동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 장로는 그러면서 “성중독자로 몰아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 목사를 살리고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자는 마음이었다. 또 수도권 목회 금지와 관련해서도 전 목사 자신이 이 상황에서 목회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고, 이미 합의가 돼 언론에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목사 면직재판 무산, 그 내막은?
▲3월10일(화)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C관에서는 <전병욱 목사 고소에 대한 입장과 평양노회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제공=이진오 목사 |
전병욱 목사 면직을 다룰 예장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이 유야무야된 경위도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이제까지 재판국은 4차례에 걸쳐 심리를 진행했으나, 급작스럽게 결원이 생겨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대해 이진오 목사는 박희규 목사를 직접 언급하며 책임을 물었다. 이 목사는 “재판국 서기였던 박희규 목사가 판결을 2주 앞두고 돌연 사임해 결원을 만들었다. 노회법 규정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서기가 서명을 하지 않으면 재판은 무효라고 알고 있다. 재판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박 목사가 서기임에도 사퇴를 해서 재판을 무력화시킨 것이다”고 폭로했다. 이 목사는 이어 “재판국장인 서문강 목사 등은 이미 유죄판결을 굳힌 상태였는데 결원이 생기면서 재판국은 재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비록 판결은 내리지 못했지만 죄명은 분명하다는 의견을 노회, 총회에 냈어야 했다. 재판국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기각이어서 면죄부로 이용될 빌미를 제공했다. 통탄할 일이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 목사는 이어 삼일교회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이 목사는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인터뷰를 언급하면서 삼일교회 측에 “더 회개하고 더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 목사는 “전 목사는 당연히 파멸했어야 했다. 일반 사회라면 퇴직금도 받아갈 수 없는 처지다. 삼일교회는 현행법으로 단죄되어야 할 전 목사에게 예우조로 전별금을 지급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지금 ‘2년간 목회금지’를 둘러싼 삼일교회와 전 목사의 공방은 사실 삼일교회의 이기적인 논리일 뿐이다. 이런 공방이 한국교회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목사는 삼일교회 성도들을 향해선 “성도들이 전 목사 사건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정치적 행동만 했다. 버젓이 전 목사 복귀를 주장하는 장로도 있다. 지금까지도 많은 집사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담임목사가 고개 한 번 숙이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지금 송 목사가 순회강연 중인데, 전 목사 문제가 해결을 볼 때까지 회개해야 한다. 장로들이 대오각성하고 성도들이 회개한다면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한 알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목소리에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회견장에 참석한 한 여성도는 “삼일교회는 기도하고 있고 회개하고 있다. 송 목사의 활동에 대해서 폄하한데 대해 유감”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목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전 목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활동이 어불성설 아닌가?”라며 일축했다.
피고발인들은 전 목사 측의 고소고발에 대해 끝까지 간다는 각오다. 특히 평양노회 재판국이 유야무야되면서 전 목사 측이 고소를 취하할 것에 대비해 전 목사 측에 명예훼손, 무고 등 맞고소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 검토해 가능한 조치를 취해 나갈 방침이다. 피고발인 측은 “전 목사 측에서 먼저 고소고발을 해왔다. 그동안 전 목사에 대해 고소를 검토했으나 그럴 법적 근거가 없어 못해왔다. 그런데 먼저 고소를 했으니 끝까지 갈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외에 ‘나도 고소하라’ 캠페인을 통해 서명을 받아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공공성을 증명하는 증거로 제출하는 한편, 후원을 받아 소송비용 및 ‘기독교 성평등과 성범죄 상담소(가칭) 설립에 쓸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기자회견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삼일교회 측이 장소를 제공하고, 전 목사 사임에 깊이 개입했던 장로들이 회견장에 나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앞서 이진오 목사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성도의 사례에서 보듯, 삼일교회 내부에서 전 목사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엔 온도차가 여전하다. 게다가 회견에 참석한 장로들이 전 목사 사임과정에서 저질렀던 실책에 대해 사과보다 해명에 치중한 모습도 아쉬움을 남긴다.
향후 삼일교회와 전 목사 측 사이엔 법정공방이 불가피하다. 삼일교회 내부에서 전 목사 사건에 대한 온도차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향후 벌어질 공방에서 수세에 몰릴 소지는 충분하다. 독일의 나치전범 청산이 현재 진행형이듯, 삼일교회 역시 전임 전 목사 성추행 사건이 남긴 상흔을 치유하는 일도 진행형이다. 삼일교회는 무엇보다 “더 회개하고 더 반성하라”는 이진오 목사의 권면을 깊이 새기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