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월)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파울볼>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김보경 감독(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맨 왼쪽은 조정래 감독, 가운데는 김성근 감독. ⓒ사진=지유석 기자 |
‘야신’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해 화제다. 화제의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족적을 기록한 <파울볼>이다.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난 뒤 고양 원더스를 맡아 3년 동안 통산 90승 25무 61패를 기록했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기존 프로구단에서 방출되었거나 프로지명을 받지 못해 야구를 포기하다시피 한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이런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했고, 선수들은 김 감독의 지도를 통해 야구는 물론 인생에 대해서도 새롭게 눈을 떠갔다.
영화 <파울볼>은 김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한 기록이다. 이제까지 김 감독은 치밀한 데이터의 야구를 구사하는 승부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파울볼>은 승부사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김 감독의 인간미를 끄집어낸다.
연출자인 조정래 감독은 3월16일(월)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김 감독을 존경하지만 사실 싫어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감독직을 맡아 해내시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김성근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주인공인 김 감독은 감격스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자체가 굉장히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양 원더스 있을 때 세상에서 버림받았던 아이들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이 영화 자체도 시작했을 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이 됐다니까 기쁨이 백배가 아닌가 싶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저도 이 영화를 오키나와에서 한 번 봤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한화 선수들한테 ‘한 번 보자’ 해서 보여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도, 그리고 간담회에서도 선수들을 ‘아이들’이라고 지칭했다. 얼핏 지도하는 선수들을 하대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호칭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호칭엔 김 감독이 선수를 대하는 감정이 스며 있다.
김 감독은 “나와 함께 하는 선수들의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우리 집의 세 아이들보다 지도하는 선수들의 인생을 걱정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부모 입장에서 선수들을 바라봐야지 감독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24시간 선수들을 위해 걱정을 해줘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 선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하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 저는 감독의 모습이 아닌가? 거짓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선수를 대하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모습은 영화 <파울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김 감독은 해체 뒤 충격에 휩싸인 선수들의 앞길을 걱정하며 눈물짓는다.
김 감독은 간담회를 마치는 순간까지 야구인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시작하면서, 특히 감독생활 하면서 야구가 지겹다, 싫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야구장에 있다는 자체가 야구인으로서는 명예스럽고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파울볼>은 오는 4월2일(목)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