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전 총리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간 전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받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 결과 250km 반경 5,000만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보고를 받았다. 도쿄까지 포함한 일본 영토의 1/3, 인구의 40%가 대피하는 상황이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일본 같이 기술력이 높은 나라에서는 원전 사고가 없다’는, 이른바 원전 안전신화를 품고 있었다. 베트남, 터키 등에 안전한 일본 원전을 사용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런 생각이 틀렸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간 전 총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전은 이미 낡은 기술이다. 또한 값싼 에너지라는 인식은 먼저 사고가 나지 않고, 제3자가 비용을 부담해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전은 사고발생 가능성과 핵폐기물을 감안할 때 결코 저렴하지 않다. 또 후쿠시마 사태는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간 전 총리는 “1년 반 전부터 원전은 1기도 가동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원전으로 1kw의 전기도 발생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전력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 간 전 총리는 전력공급이 원활한 이유를 “먼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개인과 기업이 전기를 아껴 쓰기 시작했다. 전력 소비량이 사건 전보다 10% 가량 줄었다. 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단열성 높은 주택을 지었고, 이런 주택은 실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21세기 주 에너지원
▲간 나오토 전 총리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간 전 총리는 신재생에너지를 핵에너지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간 전 총리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의 인프라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에너지원의 변동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반론에 대해 간 전 총리는 “이를 놓고 가츠마타 전 도쿄전력 회장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스페인은 대체에너지 비중이 40%를 넘고 독일도 30% 선이다. 가장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나라인 독일은 2050년까지 전기는 물론 난방, 자동차-항공 등 모든 에너지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기상상황예측 시스템이 진화해 전력변동으로 인한 정전사태는 거의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17세기는 목재를 태워 에너지를 공급했다. 18세기엔 석탄, 19세기에서 20세기는 석유가 에너지원이었다. 원전의 역사는 70년에 불과하다. 21세기가 끝날 즈음엔 모든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되는 날이 오리라고 확신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간 총리는 강연 말미에 국민 결정권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간 전 총리는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0%의 국민이 탈원전을 희망한다. 그러나 최근 중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 의원의 70%가 원전을 용인하는 입장이라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괴리가 있다. 원전 문제는 전력 소비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선택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 전 총리는 강연을 마치면서 “원전 사고는 발생하느냐 안하느냐 보다 원전 사고로 인해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얼마만큼의 사람이 대피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인간에게 피해를 줄만한 곳, 아마 그런 곳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런 곳에 원전을 지으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