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신천지와 맞설 가장 효과적 방안은 교회 자정

홍신해만·미국 New York Theological Seminary 과정

[편집자주] CBS TV의 <관찰보고서 −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신천지와 관련된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신천지의 유해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천지 쪽의 반발을 의식해 공론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문제는 신천지 현상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시사점을 따져보고, 다시는 신천지 같은 사이비 집단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나님 말씀에 바로 서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목회자의 비리나 교회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신천지로 낙인찍어 배제하는 관행이 팽배했다. 이런 관행을 시정하지 못한다면 신천지 관찰보고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미국 New York Theological Seminary에서 M.Div 과정 중인 홍신해만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상을 남겼다. 홍 씨는 최근 신천지 논란에 대해 “교회가 신천지와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부 정화”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횡령, 그리고 이런 범죄들을 재생산하고 용인하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고 적었다. 홍 씨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신천지 창궐은 신학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결과 

일전에 누군가가 성경을 가르쳐 준다기에 천천히 얘기를 경청한 적 있다. 마침 시간 여유가 있었던 터라 들어보기로 했다. 특유의 요상한 어휘들과 은유적인 해석들을 늘어놓는 걸 보고 ‘신천지’임을 눈치 챘다. 일전에 한 지인께서 한국의 소위 주류라는 교회들과 신천지는 서로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고 말씀하신 적 있는데, 정말 그랬다. 그들의 성서 해석은 기존의 근본주의적인 틀 위에 자기들 특유의 알레고리적 해석을 덧씌운 것 정도였다. 물론 그 신학적 정합성이란 건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신천지가 설파하고 다니는 가르침이란 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성서무오설의 바탕위에 특정한 교리적 해석을 맹신하는 기성교회 전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둘 사이엔 전도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열심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열정을 발산하는 방향이 좀 틀어졌다는 점도 비슷하다면 비슷하겠다.  
신천지가 기성교회들을 갉아먹으며 내세우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성교회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만 놓고 보면 맞는 주장이다. 일전에 신천지 간부와 성서 해석을 두고 토론한 영상이 유포됐었는데, 신천지 측 간부는 금방 밑천을 드러냈다. 허접하다 못해 웃긴 동영상이었다. 아마 알만한 분들은 다 아는 동영상이리라. ‘케루빔’을 ‘그룹’으로 해석해서 엉뚱하게 말씀풀이를 한 그 동영상 말이다. 모두들 신천지 간부를 조롱하며 웃었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많은 기성 교인들이 저 구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신천지가 기성 교회의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던지는 기성 교회에 대한 비판 자체는 들을만한 부분들이 있을지 몰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자신들이 비판하는 기성 교회보다 나을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된 형태로 봐도 무방하다.  
신천지 같은 사이비는 기존의 교회들이 제 역할을 못할 때 주로 등장한다. 신천지는 정확히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자화상이다. 이제 교회를 지날 때면 ‘신천지 출입금지’란 스티커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교회는 여전히 신천지 현상을 자신들과는 무관한 외부의 악마적 공격이라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인습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타자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인습을 강화시킨다. 심지어 교회의 인습을 바로잡으려하는 이들이 나타나면 신천지라며 마녀사냥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젠 적대적 공생관계가 된 것이다.  
▲출처= 캡쳐

신학 제대로 가르쳐야 신천지 발 못 붙여 
교회가 신천지와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부 정화다.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횡령, 그리고 이런 범죄들을 재생산하고 용인하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믿으면 잘된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식의 신념 강화가 아닌 “신학”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거의 모든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이 기초적으로 배우는 것들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풀어낸 책들은 이미 서점가에 많다. 교인들이 신천지의 말에 혹해 넘어가는 건, “신학은 신앙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 열심히 말씀 읽고, 기도하면 된다”고 가르친 교회 교육자들의 업보다.  
신천지 교인이 소위 자유주의 계열의 교회에 잠입했다가 나중에 시험 들어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어느 진영의 신학이 옳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신학을 배우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단 말이다. 그런 교회는 신천지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민주적인 교회, 비판이 허용되고, 자유롭게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교회야말로 신천지로 떠난 이들에게 시험을 주고, 교회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할 동기를 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신천지 출입금지 스티커와 포스터는 자기 신학과 교인됨에 대한 자부심 결여다.  
최근 신천지의 문제점을 폭로한 다큐가 많이 공유되는데, 이는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교회가 모든 문제를 신천지라는 외부적 요인에로 돌린다면, 신천지 현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보다 뼈아픈 교회의 자기 성찰과 갱신이 필요하다. 신천지는 오늘날 기성교회들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사이비 현상의 근원은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 요인의 영향도 크다. 생활이 어렵고, 삶이 피폐해질수록 이런 사이비 종교에 자신을 의탁하는 현상은 강화된다. 교회 개혁과 함께 사회 개혁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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