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표현의 자유, 사법파쇼 지경에 이르러”

NCCK 언론위, 첫 연속 토론회 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언론위)는 3월26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벼랑 끝에 몰린 표현의 자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우리 사회 곳곳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협 받고 있다. 공권력이 단순 시위참가자들을 무차별 연행·체포하는가 하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산시장이 나서서 정권이 불편해 할 영화의 상영 중단을 압박하는 일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해 기독교계가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언론위)는 3월26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벼랑 끝에 몰린 표현의 자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토론회는 언론위가 기획 중인 연속 토론회 첫 번째 순서다. 토론회 패널로는 세월호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인 용혜인 씨, 홍성담 화백, 신학림 <미디어오늘> 사장이 나섰고, 이어진 토론에서는 촛불인권연대 한웅 변호사가 발언했다. 
패널들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가 위험수위에 육박해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먼저 용 씨는 “지난 5월과 6월, 세월호 관련 소규모 집회에서 ‘전원연행’에 준하는 대규모 연행사태가 세 차례 일어났다. (중략) 한 달 동안 세월호 추모집회로 연행된 시민의 숫자는 320명에 달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용 씨는 장하나 의원실 자료를 인용하면서 “2014년 4월1일부터 2015년 2월까지 총 386명을 연행했다. (중략) 같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기간에 총 352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368명의 연행자를 포함해 720명이 세월호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이다. 경찰은 이중 42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인권침해 실태도 심각했다. 
용씨는 “연행된 시민들이 경찰서와 유치장에서 심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반말, 폭언은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인 연행자가 많은 경우일수록 심해졌다. 중부, 혜화 경찰서 등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연행된 시민들에게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상 평화로운 집회는 미신고집회라 하더라도 해산하거나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단순참가자까지 소환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언론위)는 3월26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벼랑 끝에 몰린 표현의 자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용 씨에 이어 홍성담 화백의 발언이 이어졌다. 홍 화백은 2012년 작 <삽질 소나타>, <골든타임 ― 외과의사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등 민중미술로 잘 알려진 작가다. 특히 <세월오월>은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정책실장이 작품 일부를 문제 삼아 해당 전시 큐레이터와 비엔날레 상임 대표에게 수정을 요구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보수 진영, 상상력 빈곤  
홍 작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은 우리 화가들에 대해서 인류역사상 최대 탄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은 상상력이 부족하다. 상상력이 이렇게 부족해서는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보수 진영 인사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창조는 상상력에서 비롯되는데, 빈약한 상상력으로 어떻게 창조를 해낼 것이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껴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이 나라가 생존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신학림 <미디어오늘> 사장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 즉 “왜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할까?”는 질문을 던졌다. 신 사장은 이에 대해 “현 정권과 집권여당, 수구 반동세력의 관점에서 볼 때,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완전히 평정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및 일부 인터넷 언론 등 독립적인 언론도 있지만 생존 차원에서 광고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광고주 대부분은 10대 재벌인데, 이들은 권력 앞에 약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정권 때부터 집권세력은 전통적 언론만 장악, 즉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관점에 서 있다. 이 전 대통령 당시 신문·방송겸영이 폐지되고 종편이 출범한 것이 유력한 근거다. 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즉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민들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웅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법이 개입하지 말아야 할 영역에 개입하는 ‘사법파쇼’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한 변호사는 또 집회·시위와 관련해선 “형법 이론상 하나의 행위가 다른 범죄수단이 되는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 정권과 현 정권은 보통의 시위에 일반교통방해를 적용한다. 쉽게 말하면 시위 참가자가 교통방해를 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게 아님에도 교통방해죄를 들이댄다는 것이다”면서 “헌법상 집회·시위는 보호 대상이지 탄압과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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