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개신교, ‘증오 종교’로 퇴행 드러나기 시작”

2015종교포럼, ‘개신교 배타주의’ 주제로 열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개신교)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일반인들 사이에 ‘개신교’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는 공격성과 배타성이다. 타종교와의 관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 같은 성향은 한국 기독교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다. 3월28일(토)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2015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이하 포럼)에서는 이 같은 개신교의 배타주의를 화두로 끄집어냈다. 
포럼에서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배타주의로 인한 혐오스러운 역사와 가장 긴밀한 관련이 있는 종교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교”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여기서 ‘그리스도교’라는 낱말은 로만 가톨릭, 동방정교회, 개신교 교파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김 실장에 따르면 그리스도교가 배타주의에 물든 이유는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김 실장은 “그리스도교가 권력의 맛을 본 4세기 이후 성서나 그 밖의 여러 문서들의 신학적 개념들은 누군가를 향한 적대감과 얽힌 배타주의적 언어로 속속 재해석됐고, 특히 위기 시에 그런 적대감의 언어는 대대적인 폭력의 불꽃을 일으켰다”고 적었다. 그리스도교 신학계는 이를 ‘콘스탄티누스적 전환’이라고 부른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볼 때, 유럽은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배타주의를 청산하고자 노력한다. 사그라질 듯하던 그리스도교의 가학적 배타주의는 ‘새로운 제국’ 미국에서 다시 왕성하게 부활한다. 미국은 국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종교학자 모리 고이치(森孝一)는 “헌법과는 달리 미국사회를 추동하는 사실상의 국교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모리 고이치가 지적한 사실상의 국교란 바로 ‘개신교’다. 
이 대목에서 김 실장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김 실장에 따르면 “20세기 역사에서 미국적 개신교의 배타주의적 폭력성이 가장 잔혹하게 발현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즉 한국은 “미국발 개신교 중 가장 원초적인 배타주의적 언어로 무장한 근본주의적 개신교의 세례를 받은 대표적 나라”라는 것이다. 20세기 초 북한의 평안도와 황해도를 일컫는 서북지역에서는 장로교가 가장 성공한 교파였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여러 자료들에 기초해서 보면 해방 직후 북한의 개신교 신자수는 20~30만 명에 달했고, 남한은 10만 명 정도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북한 지역에서 서북지역의 장로교 신자는 북한 전체 신자수의 75%에 달한다”고 했다. 문제는 서북지역 장로교의 성향이었다. 김 실장은 “여기서 주지할 것은 서북의 장로교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강성의 근본주의 그리스도교”라고 밝혔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불교)가 논평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해방 직후 북한의 그리스도인은 공산당의 탄압을 받았고, 이에 이들은 대거 남으로 넘어온다. 한편 남한의 정치지형이 좌편향으로 쏠린 데 우려한 미군정은 개신교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개신교도들의 활약에 힘입어 남한은 빠르게 극단적인 우편향 사회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제주 4.3사건과 황해도 신천대학살 사건을 언급하면서 “1945~1960년에 한국의 주류파 개신교는 20세기 최악의 배타주의적 종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사랑’ 아닌 ‘증오’ 씨앗 뿌리는 한국 개신교 
개신교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소란스러움은 지양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개신교는 새로운 적을 찾아냈다. 불교나 유교, 무속 신앙 등 ‘전근대’로 표상되는 전통종교에 이단 낙인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를 지나면서 개신교 교세는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이러자 개신교계에선 퇴행적 행보가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바로 증오 종교로의 전환 현상이다. 
김 실장은 “‘증오의 종교’로서의 성격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치명적인 퇴행성”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출현은 배타주의적 경향 강화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이 단체의 예산 규모는 소수의 상근자와 사무실 임대료를 빼면 거의 아무 것도 못할 만큼 별 볼일이 없다. 그럼에도 여기에 참여한 이들의 상징적 위상은 남한 개신교 전체를 다시 이념 프레임으로 재편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일고 있는 서북청년단 부활 움직임도 이런 퇴행적 현상에 속한다. 김 실장은 이들을 ‘미시동원체’라고 정의하면서 “이 극우적 미시동원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종북 마케팅의 자원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개신교의 위상을 오히려 실추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했다. 김 실장은 “구원의 종교임을 주장해온 개신교는 사람들의 갈망에 다가가는 종교가 되기는커녕 그런 상황에 놓인 이들의 마음속에 증오를 심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절망적 위기를 타자화 된 적에 대한 증오의 행위에 몰입하게 한다”고 개탄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천주교)이 논평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발제에 이어 논찬이 진행됐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가톨릭)은 “발제를 들으면서 마음이 우울하고 슬프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개신교가 ‘너는 악마다’라고 주장한다면 가톨릭은 ‘나는 천사다’라고 외친다. 즉 서로 비슷한 처지란 말이다”고 했다. 
김 소장은 “개신교가 타자를 악마화하는 근본 이유는 ‘하나님 나라’라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주제를 망각한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종교와 권력의 관계에서 타자의 악마화를 시도한 것 아닐까? 무엇보다 개신교는 악마를 골라내는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 진짜 악마는 독재, 재벌, 그리고 이들에게 무릎 꿇는 성직자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의 발표 가운데 북한에서 내려온 개신교가 현 한국 개신교의 주류라는 대목이 있었다. 그렇다면 개신교 교세 약화가 오히려 한국사회의 평화를 이루는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불교)는 개신교의 배타성이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 대표는 “배타주의가 과연 기독교만의 문제인가? 가장 점잖다고 알려진 불교는 배타적이지 않은가? 신앙은 근본적으로 배타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배타주의는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배타주의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태도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논의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증오가 갖는 이면은 열정적 사랑이다. 개신교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근대화 과정에서 어떤 다른 종교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증오의 이면인 열정적인 사랑이 가져온 결과라고 본다. 불교를 들여다보자. 타자를 명시적으로 악마화 하고 증오하지 않았지만 열정적인 사랑도 없었다는 생각이다. 양쪽 측면을 다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끝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은 배타적일 수밖에는 없다. 내 믿음이 상대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상충 되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내가 가진 신앙의 절대성을 유지하면서 타자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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