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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시론] 부활절 연합예배 꼭 드려야 할까?

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강석찬 전 초동교회 담임목사(예따람공동체 대표) ⓒ베리타스 DB
춘분이 지난 밤하늘에 만월을 향해 달이 차오르고 있다. 저 달이 차고 주일을 맞이하면 부활주일이다. 지금은 고난주간, 부활주일이 다가온다. 교회력의 중심은 부활절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인 사건이다. 물론 하나님의 화육(化肉)사건인 성탄절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의 시작은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면서부터였다. 첫 번 오순절 성령강림 후, 성령 충만했던 베드로의 설교의 주제는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 2:36)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행 2:32)였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그리스도교의 존속이 가능했을까? 그리스도교의 모든 신앙적인 행위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활절을 기억하며 지킨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람의 탄생과정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면, 정자와 난자의 결합, 곧 세포의 결합이후 끊임없이 세포가 분열(分裂)하여 자라면서 사람이 되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세계가 세포의 분열로 자라고 유지된다. 더 이상 분열할 수 없게 되었을 때부터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이 생명세계의 자연적인 원리이다. 
한국교회의 해방 이후의 역사를 돌아보니, 우습고 창피하긴 하지만, 어쩌면 인간의 본능에 가장 충실했던 것은 아닐까? 장로교단의 예를 들면, 1953년 6.25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이 휴전되자마자, 예수교장로회와 기독교장로회로 분열(分裂)했다. ‘기독(基督)’은 ‘그리스도’의 음역(音譯)이다. 교단의 이름으로 생각해 보면, 예수 그리스도를 찢은 것(分裂)이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예수교장로회가 ‘통합(統合)’과 ‘합동(合同)’으로 분열했다. ‘통합(統合)’은 ‘모두 합쳐 하나로 모음’의 뜻이며, ‘합동(合同)’은 ‘둘 이상을 하나로 함’이다. 의미는 하나 됨인데 현실은 정반대가 되었다. 이 역시 웃음밖에 남지 않는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끄럽기가 한이 없다. 그리고 끝없이 분열하여 이젠 손가락으로 그 숫자를 셀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였다. 교부시대부터 신학적 입장의 차이가 교회를 분열시켰다. 신학적 이단논쟁이 끊임없었고, 교리를 중심으로 교회는 분열했었다. 여기에 첨가된 것이 교권(敎權) 싸움이다. 서방교회(Catholic Church)와 동방교회(Orthodox Church)의 분열도 로마교회와 알렉산드리아교회의 교권 다툼이라는 것은 교회사에서 알려진 사실이다. 동방교회는 자신들이 ‘정통’(orthodox)이라 하고, 서방교회는 자신들이 ‘보편적인’(catholic)교회라 한다. 의미로는 모두 자신들만이 올바르다는 주장이다. 이런 서방교회에서 개혁교회(Reformed church)가 분열되었다. 개혁교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포 분열하듯 분열을 반복해서 여러 교파, 교단이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신앙으로 시작된 첫 교회들은 어땠을까? 에베소서는 “그는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셨다.”(엡 2:14), “십자가로 원수된 것을 소멸했다.”(엡 2:16)라고 했다. 이 고백이 의미하는 것은 ‘막힌 담을 허물고 하나 됨’을 추구하는 것이 교회의 올바른 모습이라 한 것이다. 그렇다면 분열의 교회사(敎會史)는 잘못된 역사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분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모르지 않지만,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회개할 역사라는 말이다.
세계교회는 에큐메니칼(ecumenical) 운동으로 회개를 시작했다. ‘교회일치’ 운동이다. 신앙고백으로, 하나님의 선교로 ‘하나의 교회’를 이루자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도 에큐메니칼 운동에 동참하는 교단이 많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연합하여 실행하여 왔던 부활절 연합새벽예배가 분열이 되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교회협 차원의 부활절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제안한 조직 참여를 거절하면서 교회 연합에 찬물을 끼얹었다. “복음의 본질이 잘 드러나지 않는 연합예배가 한국교회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속내야 다 모른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 판단하면, 결국 기득권 다툼이다. ‘연합’을 앞세우지만, ‘교파이익’을 속셈으로 숨기며 ‘불통’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남산이나 여의도 광장에서 드렸던 부활절 연합새벽예배는 그때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많은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준비하여 참석한 감동과 감격의 ‘부활맞이’였다. 지금은 어떤가? 어느새 행사치례로 전락하였다. 그렇다면 굳이 부활절 연합새벽예배를 꼭 드려야 할까? 연합도 아니다. 매년 의례적으로 해 온 일이니까? 각 교단장들이 자기 이름을 내는 예배이니까? 계속해 온 일이므로 없앨 수 없어서? 방송매체에서 실시간 방영하니까? 힘들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만 둔다고 문제가 될까?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부활절 연합새벽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예수께서 섭섭해 하실까? 하나님께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한국교회에 대하여 불편하게 여기실까?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의례적이고 관행에 빠진, 연합도 아닌, 부활절 연합새벽예배를 기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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