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현장스케치] “실종자를 유가족으로 바꾸고 싶다!”

NCCK, 세월호 유가족 참석한 가운데 성 목요일 예식 진행

▲NCCK가 2일(목) 오후 전남 진도군 석교 초등학교에서 세족예식을 연 가운데 황용대 회장과 김영주 총무가 실종자 가족인 이금희 씨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NCCK가 2일(목) 오후 전남 진도군 석교 초등학교에서 세족예식을 연 가운데 황용대 회장이 실종자 가족인 이금희 씨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4월2일(목) 성 목요일을 맞아 지금 이 순간, 가장 아파하는 이들을 초대했다. 
부활절 맞이 행사의 일환으로 세월호 참사 발생지점인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NCCK는 이날 오후 진도읍 석교 초등학교에서 성 목요일 예식을 가졌다.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의 집례로 진행된 성 목요일 예식엔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4가정이 참석했다. NCCK는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고, 이어 실종자 가족들의 발을 씻겼다. 
실종자 가족들은 예식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가운데 한복남 씨, 고영환 씨, 조인호 씨, 김성훈 씨 등 4명은 머리를 박박 깎은 모습이었다. 이날 광화문 광장과 팽목항에서 각각 48명과 4명의 참사 유가족들이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에 항의해 삭발한 것이다. 
예식에 참가한 약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삭발한 가족들을 보고 망연자실해 했다. 이날 설교를 맡은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은 설교 도중 수차례 울먹였다. 
김 총회장은 설교를 통해 "세월호 참사는 유족들에게 아픔이고 대한민국의 슬픔이다. 어떤 말로도 쉽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참사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보았다면 미쳤다고 돌을 던질 것이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의 아픔으로 사고 공화국 대한민국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최고의 안전 공화국으로 탈바꿈한다면 세월호 희생자들은 나라의 보석이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간생명의 가치를 경시하고 무시하는 이 나라가 한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위대한 나라로 발돋움한다면 2014년 4월16일은 이 나라 역사에서 귀하디 귀한 날로 소중이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종자란 낱말 가장 듣기 싫어 
▲NCCK가 2일(목) 오후 전남 진도군 석교 초등학교에서 세족예식을 연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딸 한고운 양을 잃은 한복남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NCCK가 2일(목) 오후 전남 진도군 석교 초등학교에서 세족예식을 연 가운데 실종자 가족인 이금희 씨가 증언하고 있다. 이 씨는 "내 딸이 왜 세월호에 있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며 울먹였다. ⓒ사진=지유석 기자

김 총회장의 설교가 끝나고 세월호 실종자 조은희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 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 씨는 "수학여행 갔던 딸이 1년이 다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루 이틀 지난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다가온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자식을 못찾은 부모가 1년이 되었는데 삭발을 했다. 자식을 그리워해야 하는 가족들이 왜 이렇게 밖으로 나와야 하는가?"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이 인양 또한 수색의 한 방법이라고 약속했다. 그후 몇 달이 지났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세월호에서 발견된 트렁크를 열었는데 시궁창 냄새가 났다. 냄새가 너무 역겨워 고개를 돌렸다. 우리 딸이 거기에 있다. 왜 우리 딸이 세월호에 갇혀 있는지 알아야겠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끝으로 간절한 어조로 "실종자를 유가족으로 바꾸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 씨의 증언이 계속되자 곳곳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삭발한 유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고, NCCK 부활절 맞이 행사를 위해 팽목항을 찾은 참가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운동본부 카리나 슈마허 생태선교사는 "침묵행진 내내 고난 받은 유가족을 떠올렸다. 막상 현장에 와서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마음이 더 무겁다"는 소감을 밝혔다.
증언이 끝나고 세족예식이 진행됐다. 황용대 총회장과 김영주 총무는 아직까지 딸을 찾지 못한 이금희 씨의 발을 씻겼다. 
발을 씻기는 행사가 가족을 잃고 정부에 의해 홀대 받는 유가족들의 상한 마음을 보듬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언론은 유가족에 대한 보상 이야기를 솔솔 흘린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자식 잃은 부모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가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직후부터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그렇기에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첫 단추는 바로 진상규명이다. 기독교계가 유가족의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세족식 행사는 일회성 전시행사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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