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5일(일) 부활절의 화두는 ‘세월호’였다. 시기적으로 세월호 1주년을 맞는데다 정부의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안’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에 올해 부활절은 세월호와 자연스럽게 겹쳤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성 목요일과 성 금요일인 2일(목)과 3일(금), 양일간 세월호 사고지점인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관련 행사를 거행했다. 이어 부활절 당일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기리기 위해 “곁에 머물다”를 주제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가 봉헌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기독교계 내부에서 제기됐다. 경북 경산 실로암교회 이광호 목사는 지난 2일(목) 교계 매체인 <교회연합신문> 기고를 통해 “팽목항에서 부활절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성경의 교훈과 무관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해당 기고문에서 “그곳에서 시도하는 부활절 행사는 이미 사망한 자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발생하지 않는다. 부활절을 맞아 그와 같은 행사를 하는 것은 결코 건전한 성도들이 취할 행위가 아니다”고 적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4월16일에는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불교와 천주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팽목항에서 법회와 미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이 저들처럼 하는 것은 세상의 시류에 편승한 억지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에 찬사를 보낸다 할지라도 그것은 건전한 교회가 취할 태도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목사의 지적은 얼핏 지난 해 세월호 참사 직후 조광작-김삼환 등 유력 교계 인사의 막말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기 쉽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부활절 예배의 이벤트화에 대한 우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4월 3일 성금요일 NCCK 주요 관계자들은 팽목항에서 출발해 세월호 침몰지점 현장을 찾아 선상기도회를 가진 바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팽목항 부활절 예배, 일회성 이벤트?
이 목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독교인들이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 당한 사람들의 아픔에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이분들은 당연히 위로를 받아야 하고, 기독교인들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국가가 응분의 책임을 지고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교회 차원의 팽목항 행사는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우선 교회 역사에서 선례가 없었다. 기원 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후 역사에서도 수많은 순교가 있었지만 교회가 교회의 이름으로 부활절 행사를 치르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전통은 이어져 내려오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특별한 계기를 통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기독교계가 행했고, 앞으로 기획 중인 예배는 교회사에서 새로운 전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 목사는 “고통당하는 이웃을 외면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와 관련해 기독교계가 기획한 것들은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이벤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벤트는 행사 즈음해서 냄비 끓듯 분위기가 올랐다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든다. 기독교계는 부활절이 아니어도 세월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만약 기독교계의 세월호 참사 관련 기획들이 이벤트화되면 옳은 것인가? 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또 “교회는 교회대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 나가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동시에 잘 양육된 성도들은 국가가 잘못하면 비판도 하면서 이벤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사회전반에 변화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의 입장에 대한 수용여부는 각자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수긍할 수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라”는 취지의 주문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는 요즘, 참사는 많이 잊혀진데다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 없이 보상안을 발표하며 사건을 매조지하려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팽목항 예배 같은 ‘이벤트’라도 기획하지 않으면 참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마땅한 방법이 거의 없다. 단, 기독교계는 세월호 관련 예배 및 행사들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이 목사의 지적에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